Seddülbahir Fortress

터키 갈리폴리 반도 남단, 다르다넬스 해협의 유럽측 입구에 자리한 ‘세뒤르바히르 요새(Seddülbahir Fortress)’는 17세기 중반 오스만 제국 메흐메트 4세의 모후 하티제 투르한 술탄이 건립을 지시한 해안 요새다. 아드리아해와 이스탄불을 잇는 전략적 수로를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이 요새는 수차례의 지진과 해안 침식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까지 그 형태를 비교적 온전히 유지해왔다. 그러나 갈리폴리 전투 동안 연합군의 집중 포격을 받으며 성벽과 탑, 내부 건축물 대부분이 크게 파괴되었다. 이후에도 한동안 군사 초소로 사용되다가 1997년부터 본격적인 조사·복원·재생 과정이 시작되었다.

세뒤르바히르 요새의 복원은 건축가, 구조기술자, 건축사학자, 기록보관 전문가, 구술사 연구자, 복원·보존 전문가, 박물관학자, 조경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여러 대학과 정부 기관의 협력 아래 25년에 걸친 아카이브 조사, 고고학 발굴, 보존 연구, 지형 측량 등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2023년 3월 18일 요새는 마침내 대중에게 개방되었다.

오늘날 갈리폴리 반도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국립공원이다. 세계 1차대전 전사자를 추모하는 조형물과 묘지가 가꿔져 있지만, 당시의 격렬한 파괴 흔적은 거의 사라져 있다. 세뒤르바히르 요새 복원의 핵심 철학은 바로 이 ‘파괴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보존하며, 동시에 평화를 성찰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었다. 서쪽·남쪽 탑처럼 붕괴된 일부 구조는 의도적으로 ‘폐허’의 상태로 남겨져 전쟁이 건축과 풍경에 남긴 상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반면, 주 출입문과 일부 붕괴된 건물은 가벼운 목구조 실루엣으로 재해석되었다. 완전한 복원이 아닌 ‘암시적 재구성’을 통해 당시 형태를 상상하게 하며, 특히 입구의 세로로 슬릿 처리된 목재 프레임은 햇빛과 공기가 스며드는 투명한 문장(門狀)의 공간을 만든다. 이는 모든 복원 행위가 반드시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오스만 시대의 건축 기술을 현대적으로 최소 반영한 개입으로 남는다.

1960년대 콘크리트 병영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신축된 박물관은 유적지에서 출토된 고고학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특히 오스만 시대 도로 유구가 박물관 건물을 가로질러 지나가며, 새로운 석재 구조는 기존 성벽의 재료와 질감을 은은하게 반향시켜 신구의 시각적 충돌을 최소화한다.

오늘의 세뒤르바히르 요새는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열린 장소다. 독특한 입구 구조, 박물관, 예술가 작업 공간, 새롭게 구성된 마을 광장 등은 방문객과 지역 공동체 모두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곳은 전쟁이라는 가까웠던 과거를 기억 속에 간직하면서도, 평화를 사유하는 장소로 새로운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 ABMA Restoration
ⓒ ABMA Restoration
ⓒ KOOP Architects
ⓒ KOOP Architects
ⓒ KOOP Architects
ⓒ KOOP Architects
ⓒ KOOP Architects
ⓒ KOOP Architects
ⓒ KOOP Architects
ⓒ KOOP Architects

 

 

 

 

 

건축가 에이오엠티디(AOMTD), 케이오오피 아키텍츠(KOOP Architects)
위치 터키, 차나칼레
준공 2023
대표건축가 Y. Burak Dolu
기계엔지니어 KDP Engineering, Mahmut Kaya, MNM Can Engineering, Melih Sayı
전기엔지니어 KDP Engineering, Selçuk Özdoğan, Nira Architecture Engineering, Handan Gürler Akçay
조경 Mehmet Cemil Aktaş (caps.office)
시공 ABMA Construction Restoration
사진작가 별도표기 외 Egemen Karak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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