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l together under the Umbrella
건축가는 하카(Hakka) 문화에서 중요한 상징을 지닌 우산에서 출발한다. 하카 사람들에게 우산은 온전함과 재회의 의미를 품은 물건이며, 인연과 만남이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형성된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특히 ‘우산’을 뜻하는 한자 【傘】 안에는 여러 개의 【人】 자가 반복되는데, 이는 사람들이 모이고 기대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성을 상징한다. 이러한 중층적 의미를 해석한 작가 펑청쭝은 전통 공예의 구조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번역해온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작업에서도 우산을 중심 모티프로 삼아 세 개의 거대한 돔 형태로 확장해 수평으로 펼쳐지는 보호막과 같은 캐노피를 만들었다. 관람자는 그 아래에 들어서 잠시 멈추고 머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먼저 전통 하카 기름종이 우산의 구조적 본질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섬세하게 맞물리는 부재, 수학적 비례, 정교한 결구 방식 등 우산을 이루는 요소를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세 개의 우산 골조를 방사형 구조로 재구성했다. 이 구조는 사람을 감싸는 쉼터로 확장되며, 중심부에는 작은 포켓가든을 두고 그 둘레에 원형 목제 벤치를 배치해 자연과 인간의 균형이 유지되는 공간을 만들었다.
캐노피는 타공 캔버스로 제작되어 낮에는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고, 밤에는 은은하게 발광하며, 비가 올 때에는 경사진 표면을 따라 물길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우산이 가진 일상의 기능을 유지하되, 이를 건축적 규모와 형태로 확장한 셈이다.
세 개의 캐노피는 중심축을 기준으로 바깥 방향으로 퍼져 나가며 관람자의 시점에 따라 다양한 기하학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내부에 서면 마치 우주의 어딘가를 부유하는 거대한 비행체 안에 들어온 듯한, 낯설면서도 따뜻하고 고요한 감각이 형성된다.
건축가는 하카 전통의 요소를 구조적·공간적 언어로 재조직함으로써, 관람자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그 내부를 ‘거주하듯’ 경험하도록 초대한다. 이 공간은 모임과 보호, 그리고 상상적 도피를 동시에 품은 장소로 기능한다.



















건축가 펑청쭝 디자인 스튜디오 (Cheng Tsung FENG Design Studio)
위치 중국, 상하이, 칭푸 파크, 11
용도 파빌리온
준공 2023
디자인팀 Hsu Chan-Wei, Wang Sheng
구조엔지니어 Chien Chuan Engineering Consulting Co.
조명엔지니어 Beamtec Lighting
조명 Oude Light
사진작가 FIXER Photographic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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