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거 공간은 지난 40년 동안 극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전통 가옥을 기반으로 한 ‘땅의 집’에서 80-90년대 붉은 벽돌 다가구 주택을 지나, 지금은 아파트 숲이 일상을 이루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주거는 가족 구성과 삶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될 수 있었고, 거실·마당 같은 공유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반면 현대의 아파트는 편의성과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는 대신, 주거 형태의 다양성과 공간의 유연성을 잃어버린 평면 규격화의 문제를 안고 있다.

건축가는 이러한 경직된 주거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통 건축 요소를 오늘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작은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집의 풍경’을 다시 구성하고자 했다. 공간들은 단절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며, 시간이 흐르고 자연이 변화하는 모습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되었다. 비워진 영역은 거주자의 취향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남겨, 공간이 삶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프로젝트는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약 2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과정을 통해 ‘집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건축적 태도가 실천되었다.

채움과 여백

주요 수납 요소는 구조와 일체화해 ‘기능을 담은 벽’으로 계획되었고, 나머지 여백은 거주자가 생활 방식에 맞게 채우는 가변적 공간으로 남겨졌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공간 구성자로 참여하게 된다.

연결과 확장

건축가는 ‘열림의 방식’과 ‘마당’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획하기보다 연결하고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각 공간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깊이와 시선을 만들어내고, 거주자는 이 안에서 자신만의 생활 리듬과 분위기를 구축한다.

적벽돌의 재해석

적벽돌은 한국 80-90년대 다가구 주택을 상징하는 재료다. 건축가는 이 재료를 내부와 외부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해 고유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벽돌은 공간 안에 또 다른 외부감을 만들어내고, 빛과 색의 변화를 품어내며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비슷한 색조의 창호는 외부에서는 하나의 벽돌 덩어리처럼 보이게 하고, 내부에서는 은은한 포인트 컬러로 작용한다.

사적인 계절감

마당과 정원은 이 집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비, 눈, 계절의 변화가 마당을 통해 실내로 스며들며 거주자만의 ‘사적인 계절감’을 형성한다. 옥상정원은 벽돌 담장 안쪽에 또 하나의 별도 풍경을 만들어내며, 다락과 이어지는 작은 주택 같은 이미지로 확장된다.
중정은 현관·주방·거실·안방이 시각적으로 맞닿는 중심 공간으로 작동하며, 집 전체의 깊이감을 형성한다.

건축가는 이 집이 완결된 형태로 고착되기보다, 시간이 흐르며 거주자의 취향과 삶을 담아 계속 변화하는 집이 되기를 바랐다. 결국 ‘가장 집다운 집’은 완벽함이 아니라, 그 안에 축적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프로젝트는 다시 한 번 보여준다.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3층 평면도
지붕층 평면도

 

단면도-1
단면도-2

 

건축가 스튜디오메이드 (studio made), 지인.주(JEEIN)
위치 대한민국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 매곡한들 13길 8
용도 업무시설, 주거시설
대지면적 238㎡
건축면적 142.20㎡
연면적 347.10㎡
규모 지상 4층
준공 2025. 8.
조경 ddeul 1994

시공 jeein, studio made
가구 awsome gagu

사진작가 Joel mo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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