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도시의 중심 상업가에서는 화려한 샹들리에와 광고판, 장식적인 파사드가 시선을 끄는 보석 매장이 흔하다. 비자야와다에 들어선 보석 브랜드의 본사 건물 Fluted Volume은 이러한 풍경과 분명한 거리를 둔다. 연면적 약 7,000sq.ft. 규모의 이 건물은 테라코타 색조의 단단한 매스로 도시 속에 자리 잡으며, 조형적이면서도 절제된 태도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과시적인 장식 대신 침착한 밀도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 건물은, 상업 가로에서 쉽게 소비되는 이미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도시와 관계를 맺는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는 대중에게 노출되어야 하는 상업 건축이면서 동시에 높은 보안 수준을 요구받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있었다. 설계를 맡은 Studio Urban Form + Objects는 투명과 불투명 사이의 중간 지점을 파사드의 전략으로 설정했고, 이를 통해 보안과 가시성이라는 상충하는 요구를 동시에 다루고자 했다. 반복적인 프로토타입 실험 끝에 완성된 외피는 무광 테라코타 마감의 세라믹 콘크리트 플루트 모듈로 구성되었으며, 비직교 형태의 모듈이 리듬감 있게 반복되면서 상업적 광택 대신 지속성과 무게감을 강조하는 조형을 만들어낸다.
이 파사드는 단순한 외피를 넘어 빛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개구부는 북향과 동향으로 배치되어 눈부심과 열기를 최소화하면서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유리 면에는 확장형 플루티드 알루미늄 메쉬가 외피처럼 덧대어져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사량을 제어한다. 이로 인해 플루트 표면에는 하루 동안 빛과 그림자가 끊임없이 겹쳐지며, 건물의 인상은 시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한다.
이러한 외부의 전략은 실내 공간 구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내부 프로그램은 동선과 위계를 분명히 나누어 구성되었으며, 하부에는 전시 공간과 주요 순환 동선, 계산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기능이 배치되었다. 그리고 상부로 올라갈수록 VIP 라운지와 업무 공간이 단색의 베이지 톤으로 구성되며 보다 제한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옥상에는 금 용해로가 외부에서 드러나지 않게 배치되었고, 금고와 고보안 시설은 후면에 두어 공개 영역과 명확히 구분했다. 이러한 구성은 기능적 요구뿐 아니라, 보석 거래에 수반되는 의례적 흐름까지 함께 고려한 결과이다.
공간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는 자연광이다. 바스투 원칙에 맞춰 배치된 더블 하이트 보이드는 채광창을 통해 빛을 깊숙이 끌어들이며 내부를 시각적으로 확장하고, 상대적으로 폐쇄적일 수 있는 프로그램에 개방감을 부여한다. 남측에 위치한 계단은 세라믹 유리 벽돌로 지지되어 빛을 굴절시키고 분산시키는데, 이 장면은 외부의 묵직한 매스와 대비되며 공간에 예상치 못한 가벼움을 더한다. 그 결과, 보안을 중심으로 구성된 실내는 동시에 밝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외부에서 사용된 플루티드 어휘는 내부 공간으로도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파티션과 바닥, 전시 배경에 동일한 조형 언어가 적용되면서, 건축과 브랜드 정체성은 하나의 공간적 체계로 읽힌다. 이 건물은 건축을 단순히 프로그램을 담는 용기로 다루지 않고, 브랜드 경험을 구성하는 적극적인 매개로 활용한다.
프로젝트의 완성은 설계 이상의 시간을 요구했다. 삼면이 도로에 면한 대지는 공사 과정 내내 도시의 시선에 노출되었고, 화려함을 기대하던 주변의 회의적인 반응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의 방향은 흔들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단단한 매스는 도시 안에서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이 건물을 애칭으로 ‘레드 포트’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는 이 건축이 도시의 일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Fluted Volume은 보안과 가시성, 기능이라는 조건을 조율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동시에 이 건물은 절제된 태도로 도시 속에 자리를 잡으며, 인도 보석 리테일 건축에 새로운 건축적 언어를 제안한다.

















건축가 스튜디오 유에프+오(Studio UF+O)
위치 인도, 비자야와다
용도 판매점
건축면적 7,000㎡
대표건축가 Vineet Vora and Prachi Parekh
사진작가 Vivek Ead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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