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nery Bélair-Monange
건축가는 생트에밀리옹(Saint-Émilion)의 벨레르-모낭주(Bélair-Monange) 와이너리를 통해,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지역의 특별한 환경 속에서 ‘생산’과 ‘문화적 체험’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담아내고자 했다. 새 와이너리는 향후 포도 재배·양조 시설의 확장에 대응하면서, 지역 경관과 건축 유산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을 목표로 계획되었다. 주요 프로그램은 수확물 반입 공간, 발효조가 있는 바트룸(vat room), 배럴 셀러, 그리고 100명 규모의 행사까지 수용하는 테이스팅·리셉션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약 20년간 이어진 무에익스(Moueix) 가문과 헤르조그 & 드 뫼롱의 협업의 연장선에 있다. 도미너스 와이너리(Dominus Winery)에 이어, 이 지역의 역사·경관·재료가 어떻게 현대적 건축 안에서 해석될 수 있는지를 다시 탐구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역사·지형·풍경을 읽는 방식
생트에밀리옹은 중세 수도원과 포도 재배 전통이 켜켜이 중첩된 지역이다. 건축가는 이 ‘건축적·조경적 직조물’ 속에 새 와이너리를 다시 놓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대상지는 지중해 기단이 드러나는 점토·석회암 지형의 고원부로, 인근에는 오래된 보호수림 성격의 마그델렌(Magdelaine) 공원이 자리한다. 이와 같은 맥락적 요소는 새 건축의 배치, 재료, 매스 구성에 깊이 영향을 주었다. 1845년에 지어진 기존 석조 주택은 보존 대상이었다. 건축가는 대부분의 창을 막아 입면을 ‘조용한 조각적 형태’로 만들고, 필요 기능에 따라 세 개의 새로운 창을 신중하게 배치했다. 기존 개구부는 매입된 충전재 뒤로 은은한 흔적만 남겨, 과거와 현재가 겹쳐 보이는 팔림프세스트적 표현을 의도했다.
석조와 콘크리트, 두 개의 모놀리스를 잇는 구조
지하로 살짝 묻힌 새로운 셀러동은 단일 콘크리트 덩어리로 형성됐다. 콘크리트는 연중 안정된 온도를 유지해 와인 양조에 최적이며, 석조 기단 위에 놓인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콘크리트 ‘모놀리스’는 기존 석조 주택과 지붕선을 공유하며 연결되고, 옥색을 띠는 콘크리트 표면은 주변 포도밭의 토양색과 어우러진다. 입면의 수평·수직 슬릿은 큰 매스를 분절하며, 동시에 자연광을 바트룸과 작업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남측의 큰 목재문은 중세 목조건축을 연상시키며, 수확기에는 장비·사람·과정이 자연스럽게 실내와 야외를 오가도록 열려 있는 가구적 요소로 작동한다. 지붕의 콘크리트 보들은 로마 시대 포도 재배 방식의 ‘경운 자국’을 추상화한 것으로, 일부는 여름철 자연 환기를 유도하도록 파내어 바람길을 만들었다. 기능과 이야기가 동시에 이 구조에 담겨 있다.
네 개의 사분면과 하나의 중앙 축
와이너리는 네 개의 대칭적인 사분면과 이를 연결하는 중앙 통로로 구성된다. 이 중앙 통로는 생트에밀리옹의 지하 채석장·단일석 교회에서 볼 수 있는 ‘지하 건축’의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거친 콘크리트 질감으로 마감됐다. 통로의 벽과 천장에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1504년작 「요아킴과 천사」의 문양을 모티프로 한 텍스처가 적용되어, 이곳에서 생산될 첫 와인인 ‘샤토 벨레르-모낭주’의 라벨과도 연결된다. 중앙의 큰 계단은 반입 공간, 바트룸, 두 개의 배럴 셀러를 하나로 엮어 건물 전체의 흐름을 만든다. 최상층의 리셉션 룸은 도르도뉴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열어준다.
테루아와 방문 경험을 잇는 건축
이 와이너리는 단순히 기능적 양조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테루아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기획되었다. 자연광, 공기, 재료감, 지형을 읽어낸 구조적 조직은 현장의 환경성과 문화성을 건축적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건축가는 이 장소가 포도 재배와 양조의 ‘본질적인 잠재력’을 드러내는 배경이 되기를 의도했다. 벨레르-모낭주 와이너리는 결국 지역의 지층과 와인의 미네랄감, 그리고 생트에밀리옹이라는 문화경관이 가진 본질을 새로운 형태의 건축적 언어로 재현해내는 시도로 완성되었다.













건축가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 (Herzog & de Meuron)
위치 프랑스, 생트에밀리옹
용도 와이너리
대지면적 10,200㎡
연면적 4,590㎡
규모 지상 3층
설계기간 2016.11. - 2019.3.
시공기간 2019.3. - 2022.12.15.
준공 2023
프로젝트건축가 Arnaud Delugeard (Project Director), Valentin Abend, Bruno de Almeida Martins, Philippe Ayer, Sarah Dietz, Jasmina Girod, Sophia Landsherr, Bruno Plasencia e Quelhas, Claire Sarrazin, Francisca Soares de Moura, Roman Aebi (Workshop), Cindy El Khoury, Sophia Landsherr, Christophe Leblond, Alonso Mortera, Dominik Nüssen (Design Technologies), Zoé Renaud, Vasileios Kalisperakis (Visualizations), André Vergueiro, Bruno de Almeida Martins (Visualizations), Gourav Neogi (Visualizations), Marta Ribeiro Moreira
구조엔지니어 BATISERF
시공 GTM BÂTIMENT AQUITAINE
발주자 S.C. Château Bélair-Monange, Christian Moueix, FR, Saint-Émilion, 1, Bélair
사진작가 Herzog & de Meuron
'Architecture Project > Oth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빛과 석재가 구성한 그레이 입면의 리듬, 리 빌딩 / 엘케이에스에이 (0) | 2025.11.19 |
|---|---|
| 목재와 콘크리트가 엮은 도시의 마을 / 리얼리치 아키텍처 워크숍 (0) | 2025.11.12 |
| 숲의 리듬을 품은 구조, 숲의 모서리 포레스트 엣지 / 김선형 (0) | 2025.11.07 |
| 공공성과 공동체의 온도, 숲속에 피어난 수영장 건축/ 뮐크 아르키텍티 (0) | 2025.10.22 |
| 건축, 예술, 그리고 도자의 기억을 품은 장소 / 그레이스페이스 아키텍츠 (0) | 2025.09.30 |
마실와이드 | 등록번호 : 서울, 아03630 | 등록일자 : 2015년 03월 11일 | 마실와이드 | 발행ㆍ편집인 : 김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지희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8길 45-8 1층 | 발행일자 : 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