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더 가든스(Calder Gardens)는 흔한 의미의 미술관이 아니다. 의뢰 단계부터 알렉산더 칼더의 작업을 새롭고 친밀하며, 시간에 따라 변주되는 방식으로 마주하게 하는 장소를 원했다. 전통적 미술관의 기술적 요구는 충족하되, 예술·건축·자연·사람·도시가 상호작용하는 ‘예술과 함께 머무는 장소’로 구상했다.
필라델피아는 칼더의 고향이자, 두 세대에 걸친 칼더 일가가 도시 곳곳에 흔적을 남긴 곳이다. 그들의 조각은 19세기 ‘시티 뷰티풀(City Beautiful)’ 운동의 산물인 벤저민 프랭클린 파크웨이에 놓여 있고, 이 축은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반스 파운데이션이라는 두 개의 기념비적 미술관으로 닻을 내린다. 한편 파크웨이를 가로지르는 선큰 바이너가(Vine Street Expressway)는 20세기 중엽 미국 도시들처럼 기존 조직을 가르며 지나간다. 칼더 가든스는 이 두 축이 만나는 자리에 놓였다.
대지는 로댕 미술관과 반스 파운데이션 맞은편, 완만하게 좁아지는 평탄한 필지다. 남측 가장자리를 따라 고속도로 진출램프가 지나가고, 서쪽 22번가와 동쪽 21번가는 통과 교통 위주로 쓰인다. 입지는 중심부이지만 도시 조직의 잔여 공간에 가까웠고, 상시적인 고속도로 소음 탓에 ‘머물 이유’가 부족했다. 이 도시적 공백을 목적지로 바꾸는 일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였다.
칼더 작업의 자명한 어휘는 형태·색·움직임이다. 그러나 칼더 가든스의 개념은 이를 차용하기보다 비껴 서는 전략을 취했다. 파크웨이를 수놓은 기념비적 건축들과도 거리를 둔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얼굴은 건물이 아니라 ‘정원’이 되었고, 그 안의 건축은 이질 공간의 연쇄로 한 걸음씩 ‘드러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벽과 원판모양 플라자
파크웨이에서 보면, 테이퍼진 금속 벽이 초지같은 공공정원의 배경을 만든다. 벽은 고속도로 소음을 감쇠시키며 정원의 프레임이 된다. 북동·북서 모서리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는 중앙의 하나뿐인 개구부로 사람들을 이끈다. 그 위를 접힌 금속 캐노피가 덮고, 목재로 라이닝된 진입부가 나타난다.
진입부에 가까워질수록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중심에는 거대한 원판이 플라자를 만들고, 아래층 갤러리의 지붕이 된다. 원판모양의 플라자 동쪽에는 기하학적으로 순수한 원형의 ‘선큰 가든’, 서쪽에는 불규칙하게 길게 파인 ‘베스티지 가든’이 지반을 파고든다. 이 두 외부 공간은 칼더 조각을 위한 보호된 옥외 전시장이자 주변 갤러리에 채광을 주입하는 ‘빛의 우물’로 작동한다. 원판모양의 플라자와 벽의 교차부가 진입을 정의하고, 하나의 창이 아래 갤러리를 엿보게 한다.
금속 벽의 후면은 흑화 목재로 마감되어 고속도로 변 ‘헛간 같은’ 낮은 볼륨을 이룬다. 이 측면에서는 스태프 공간과 하역, 작은 로비만을 담은 비-기념비적 외관이 스쳐 지나간다. 로비는 대형 출입홀 대신 주거적 스케일로 방문자를 ‘칼더 가든스 경험’의 첫 장으로 끌어들인다.
한 걸음씩, 아래로
로비에서 방문자는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큰 계단은 ‘하이웨이 갤러리’로 이어지고, 동시에 소규모 계단식 관람석처럼 모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수평으로 길게 난 낮은 창은 고속도로와 도시의 파노라마를 프레이밍하고, 발아래에는 하이 볼륨의 ‘톨 갤러리’가 보인다. 하이웨이 갤러리는 톨 갤러리의 메자닌으로서, 모빌을 상부 시점으로 체험하게 한다. 상부의 벽과 대응하는 보가 톨 갤러리와 디스크 하부 공간을 가르고, 그 위 좁은 슬릿이 아래 갤러리의 프리뷰를 허용한다.
메자닌에서 이어지는 어두운 거친 노출콘크리트의 ‘큐보이드 계단’은 지반과 외부 잔여 공간으로 사람을 연결한다. ‘남겨진 공간’으로서의 계단은 여기서도 또 다른 작품 전시의 매개가 된다.
계단을 내려와 메인 갤러리 레벨에 도달하면, 톨 갤러리를 지나 디스크 하부의 ‘오픈 플랜 갤러리’로 들어선다. 이 공간은 동·서로는 직교, 북쪽은 곡면으로 디스크의 형상을 반영한다. 큰 창은 베스티지 가든으로 열리며, 중심공간과 정원을 시각·광적으로 연계한다. 두 개의 오프셋 곡벽이 만든 ‘앱스 갤러리’에는 모서리가 없어 작품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다. 두 갤러리는 크고 작은 칼더 작업을 다시점으로 관람하게 한다.
오픈 플랜에서 좁은 슬릿은 선큰 가든을 암시하고, ‘커브드 갤러리’로 진입시킨다. 외부로 열린 오픈 플랜과 달리, 커브드 갤러리는 노출 기초벽과 완전 제어 조도를 갖춘 내향적 공간이다. 칼더의 드로잉·광민감 조각·선대 화가들의 회화를 위한 암실형 전시실로 쓰인다. 중앙의 선큰 가든에는 조밀히 식재된 곡면 벽을 배경으로 하나의 스태빌이 놓여, 또 다른 맥락을 제공한다.
베스티지(잔존)의 도면
부지의 역사적 조건은 내부 평면과 정원의 형상 모두에 스며 있다. 인접 상수도 본관의 편차는 지하 평면의 꺾인 경계를 만들었고, 파크웨이 이전 도시 그리드의 기초 흔적은 베스티지 가든의 기하를 규정했다. ‘콰지 갤러리’는 굴 형상의 반외부 공간으로, 정밀 제어된 내부 갤러리와 노출된 외부 정원 사이를 매개한다. 이 연속체는 큐레이터가 칼더의 다면적 작업을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전시하도록 유도한다. 고전적 화이트 큐브 대신 공간의 서사가 감상의 축이 되며, 문을 통과하며 차례로 펼쳐지는 세계가 된다.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 뫼롱 (Herzog & de Meuron)
위치 미국,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대지면적 6,440㎡
연면적 1,691㎡
규모 지상 2층
시공기간 2023. 6. 19.
준공 2025. 7. 31.
프로젝트건축가 Aurélien Caetano, Mehmet Noyan, Ninoslav Krgovic
디자인팀 Antoine Foehrenbacher, Julia Hejmanowska, Josh Helin, Neda Mostafavi, Daria Nikolaeva, Martin Jonathan Raub, Camilla Vespa, RioWeber, Xin Yue Wang, Benjamin Muller
구조엔지니어 Ballinger, PA, USA
기계엔지니어 Wm. J. Donovan Co. PA, USA
전기엔지니어 Armour & Sons Electric, PA, USA
조경 Mayfield Gardens, Inc. PA, USA, Piet Oudolf, Hummelo, NL
조명 Flux Studio Ltd, MD, USA
발주자 CP 2023, c/o Neubauer Family Foundation, Philadelphia, PA, USA
사진작가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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