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의 인상 ]
건물의 소재는 본연의 색과 성질이 강하지 않은 소재들로 구성했다. 노출 콘크리트는 자칫 차가울 수 있으나 세월의 흐름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소재이자 자연의 빛을 가장 자연스레 담을 수 있는 순수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건물의 하부에는 같은 시멘트 소재이지만 거친 자갈을 섞어 뜯어내듯 거친 표면으로 마감한 '각기오도시'라는 미장 마감을 사용해, 노출콘크리트와 같은 소재이나 빛의 형태감을 다르게 담아내고자 했다. 노출 콘크리트의 부드러운 면과는 대비되지만 동일 소재로서 연결되고, 모든 면이 빛을 담지만 재질감의 차이로 빛과 그림자가 담기는 방식이 달라 자연의 빛이 만들어내는 표현을 더욱 극대화하고자 했다. 더불어 사무실과 주택으로 들어가는 각 입구에 구로철판을 사용했는데 짙은 먹색과 특유의 금속 결이 콘크리트와 조화되고, 비가 닿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색이 변하는 성질을 통해 '자연을 담는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건물의 형태는 단아함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디테일과 선정리로 표현하고자 했다. 노출콘크리트를 시공할 때 거푸집은 합판을 사용하는데, 콘크리트를 보다 부드러운 텍스쳐로 표현하기 위해 코팅 테고합판을 사용하였다. 합판이 이어지는 부분으로 인해 콘크리트에 메지 라인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외피의 면을 따라 선이 맞고, 외부와 면하는 창문의 높이, 테라스 난간의 높이까지 모두 같은 메지 라인으로 맞춰지도록 했다. 창문 상부에는 보다 깊은 메지라인을 인위적으로 넣어 이러한 선 정리의 간결함을 더욱 부각시키고자 했다. 외부의 창은 내부 공간의 싱크대, 세면대의 하부장 등 가구의 높이와 맞춰져 있어 군더더기로 보일 면을 최소화했다. 건물의 첫인상인 앞면은 단단한 덩어리인 듯 단정하게 정리하고, 건물의 뒷면은 산세가 담긴 토지의 지형을 담았다. 건물 정면의 창은 자연을 담을 수 있는 최소한의 창만을 열어두었다. 백련산이 보이는 부분을 코너창으로 열고, 건물 전면 7m 높이의 단풍나무로 창 밖의 뷰를 조성했다. 3층 가장 끝부분 작은 창은 남향의 빛이 잠깐 드는 오전 시간의 빛을 들이기 위한 작은 창이다.
[ 오감의 전이공간 ]
건물의 출입구는 담장과 바닥 사고석을 따라 깊숙히 안쪽으로 들어와 마주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담장을 따라 긴 통로 끝에는 안쪽 마당이 들여다 보이는 담장, 그리고 담장을 배경으로 하는 바이텍스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대문의 간살은 빗각으로 내부 사무실 공간이 들여다 보이지는 않지만 내부 전이공간의 물소리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다. 대문을 열면 정원으로 들어서기 전 전이공간이 나타나는데, 지붕이 덮히는 공간을 물에 떠있는 디딤돌을 지나 들어올 수 있는 전이공간으로 두었다. 서향의 빛이 정원으로 들고, 마당에 있는 9미터 높이의 회화나무 그림자가 건물 전체를 뒤덮는 시간이면 전이공간에는 나무 그림자가 들고 그 빛으로 인해 생긴 물의 일렁임이 전이공간 전체에 맺힌다. 물이 흐르는 소리, 물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일렁임, 백련산에서 내려오는 숲의 향, 서향빛의 따스함 등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며 자연을 더욱 풍성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전이공간을 지나면 비로소 서쪽으로 넓게 열리는 정원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정원의 끝, 사무실 창과 연결되는 처마 끝에는 2층 테라스에서 연결되는 우수관을 처마와 연결하여 비가 오는 날의 빗물의 흐름과 소리 또한 정원의 한 풍경이 될 수 있도록 했다.
[ 가로의 긴 흐름, 1층 작업실 ]
1층 공간은 전이공간과 정원을 바라보는 남쪽면 전체를 길게 창으로 열고 서향의 빛을 받는 끝 쪽은 ㄱ자 코너창으로 열어두었다. 남쪽의 정원과 함께 서향의 빛까지 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함이다. 가로로 긴 공간의 형태감에 남향의 ㄱ자 창이 길게 열려 가로로 긴 공간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공간 내부를 구성하는 직원실 책상이 소장실까지 연결되는 흐름, 그 흐름을 따라 북향에 길게 형성된 가로로 긴 창을 통해 가로로 긴 흐름을 만들어 공간의 통일감 있는 흐름을 만들고자 했다. 북쪽에 배치된 정원은 직원실 책상에 앉아서 바라볼 수 있는 정원으로, 화단의 높이를 책상 높이까지 지대를 땅와 좀 더 가까운 소통을 할 수 있는 창으로 계획했다.
[ 주거공간 ]
2층과 3층은 직접 거주하는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외부 소재와 마찬가지로 소재가 가지고 있는 색이나 힘이 강하지 않은, 자연의 색을 공간에 담을 수 있는 채도가 높지 않은 소재를 주로 사용했다. 흑색의 MDF와 석재 느낌의 타일, 스텐 그리고 백색의 도장으로 무채색의 공간을 구성했다. 대신 빛과 자연으로 닿을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열어 정원의 나무와 서향의 빛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였다. 2층으로 들어서면 현관이 긴 복도로 전이공간의 개념으로 형성되고, 상하부장으로 나뉘어지는 수납장으로 거실공간과 분리된다. 시선보다 낮은 높이의 공간을 열어 거실 공간과 기능적으로 분리하되 공간감은 열리도록 했다. 현관을 지나 돌면 서향으로 크게 열린 창과 함께 주방과 거실 공간을 마주한다. 서향으로 열려있는 창 앞으로 주방 공간을 거실과 테라스로 열리듯 구성했다. 상부장과 후드를 없애 군더더기를 줄이고, 창 밖 풍경과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주방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하면, 백련산의 뷰를 담는 코너창과 창 아래 작은 선반 공간을 마주한다. 백련산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고양이를 위한 공간이다. 건물 전면에 있는 단풍나무가 보이는 창이기도 하다.
3층은 침실과 드레스룸, 욕실로 구성되는 공간이다. 침실은 서향의 빛과 풍경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넓은 창과 함께 테라스를 두어 여유로운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드레스룸을 구성하는 벽체는 천장과 30cm 정도의 여유 폭을 두어 벽으로 막히는 것이 아니라 뒷공간이 연장되어 보여 공간의 확장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30cm의 여유폭을 둔 벽체의 끝 라인은 욕실로 들어가는 출입구의 천장과 높이가 맞고, 침실의 야외 테라스로 가는 창, 세탁실의 문과 높이를 모두 맞추었다.
욕실은 동향과 서향의 창을 가로로 길게 이어주는 세면대의 가로로 긴 흐름을 기준으로 욕조공간-샤워실-출입구-화장실로 이어진다. 좁은 공간이지만 세면대 양쪽으로 트여있는 창으로 개방감을 주면서도, 백련산이 보이는 큰 창이 있는 욕조는 비일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물이 솟아오르는 듯한 토수구와 그 뒤로 보이는 백련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하는 입욕의 공간은 샤워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주자에게 영감과 환기를 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다. 밖으로 열리듯 설계된 욕조공간과 반대로 매일 사용하는 샤워실은 한 사람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원형으로 구성하여 몸을 감싸는 듯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건축가 아틀리에 이치(ITCH atelier)
위치 서울특별시 은평구 응암동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55m²
건축면적 60.03㎡
연면적 140.19㎡
규모 지상 3층
건폐율 38.73%
용적률 90.45 %
준공 2025.03.
대표건축가 정진욱, 이유림
사진작가 Standing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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