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Behind the Walls
<장막 뒤의 삶>은 북한이라는 폐쇄적 사회와 전체주의 체제의 작동 메커니즘, 그리고 선전된 이미지와 실제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위태로운 경계를 다룬 몰입형 공간 설치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오랜 기간 북한 연구에 매진해 온 한국학 학자이자 작가인 니나 슈피탈니코바의 학술적·문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그녀는 북한 관련 서적을 4권 출간한 저자이며, 최근에는 아들 말콤을 위해 어린이 책 『토타 리타(Tota lítá)』를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전체주의의 본질과 무게감을 흐리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언어로 체제의 속성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가 북한에서 직접 거주하며 얻은 생생한 경험은, 외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북한의 실상에 깊이 다가가는 소중한 단초를 제공한다.
본 전시는 당초 『토타 리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의 삶에 대한 증언 2』의 출간을 기념하는 짧은 연계 행사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대상지를 방문한 후 공간이 가진 잠재력이 명확해졌고, 이를 계기 삼아 니나 슈피탈니코바와 함께 대규모 전시 및 교육 환경으로 프로젝트를 확장 발전시켰다.
『토타 리타』에 담긴 핵심 가치는 이번 전시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큐레이터적 토대다. 흔히 기존의 전시 포맷에서 어린이를 위한 공간은 주변부로 밀려나기 일쑤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한 관습에 과감히 도전한다. 어린이를 부수적인 관람객이 아닌, 성인과 동등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주체이자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대우한다. 따라서 전시는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기획되었으며, 주제가 가진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접근하기 쉽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희적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북한이라는 국가에서 눈에 보이는 외형은 결코 전부가 아니다. 북한은 넓은 대로와 미소 짓는 가족들, 규율 잡힌 일상처럼 정교하게 연출된 이미지를 통해 외부 세계에 자신을 포장한다. 이처럼 사진 찍기 좋게 정돈된 미학은 국가가 완벽하게 기능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전체주의 체제 아래 억압된 일상이라는 가혹한 현실을 철저히 은폐한다.
체제 독재의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개인적인 증언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전시는 탈북자들의 이야기와 개개인의 인간적 경험, 그리고 니나 슈피탈니코바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연구 기록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개인의 증언은 공식적인 선전용 이미지가 감추고자 했던 날 것의 현실로 진입하는 통로가 된다.
전시 건축은 이러한 시각적 틈새와 긴장감을 공간적 내러티브로 번역해 낸다. 관람객은 빛에서 어둠으로,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서 숨겨진 현실로 이동하게 된다. 전시는 선형적인 연대기적 설명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관람객의 신체적 움직임과 지각,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가려진 레이어를 점진적으로 벗겨내는 발견의 과정을 유도한다.
전시의 첫 번째 파트는 <장막 뒤에서(Behind the Walls)>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개발된 미로 형태를 취한다. 미로는 물리적·상징적 장치를 통해 그동안 숨겨지거나 간과되었던 현실의 층위를 드러낸다. 관람객, 특히 어린이들은 이 미로를 통과하며 표면 너머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스스로 탐색하고 발견해 나간다.
이 공간은 목재 빔과 인장 패브릭을 조합한 단순한 모듈러 구조로 구축되어, 가볍고 반투명한 벽체를 형성한다. 아이들은 벽 너머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실루엣을 감각적으로 인지하면서도, 오직 자신의 이동 경로와 경험에 의존해 내부를 탐색한다. 이 미로는 단순한 공간적 유희를 넘어 감각적 지각과 호기심,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경으로 작용한다.
미로 곳곳에 통합된 인터랙티브 패널은 관람객에게 놀이와 멈춤, 그리고 사유의 순간을 제공한다. 주어지는 과제와 게임, 시각적 요소들은 창의성과 논리, 협동심을 길러주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정해진 단 하나의 정답 경로를 강요받지 않으며, 자신만의 루트와 속도를 선택해 나간다. 내부에 적용된 게임과 그래픽 요소는 도서 『토타 리타』의 세계관을 공간 속으로 직접 확장한 결과물이다.
전시의 첫 섹션에는 미할 후니에비치(Michal Huniewicz)의 사진 작품들이 통합되어 있다.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북한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들은 미학적이고 정돈되어 있으며 얼핏 명쾌해 보이는 전시의 '첫 번째 레이어'를 구성한다.
두 번째 파트로의 전이는 북한과 중국 사이의 실제 국경을 촬영한 팀 프랑코(Tim Franco)의 사진 벽체 사이를 통과하면서 시작된다. 이 시점에서 관람객은 문자 그대로 '장막 뒤'로 진입하게 된다. 공간의 분위기는 급변한다. 조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관람 호흡은 느려지며, 이전 단계의 유희적 특성은 완벽히 사라진다.
어둡게 연출된 전시의 후반부에서 관람객은 이미지 뒤에 숨겨진 참혹한 현실과 직접 대면한다. 이곳에서 체제 속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선을 넘어 탈출에 성공한 이들의 구체적인 삶의 궤적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전체주의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개개인의 구체적인 인간적 운명으로 치환된다.
<장막 뒤의 삶>은 전시 건축 그 자체를 감정적 매개의 미디엄으로 활용한다. 개방적이고 유희적이며 반투명했던 공간 환경은 관람객을 고요와 어둠, 그리고 가혹한 증언과의 직접적인 대면으로 이끈다. 본 프로젝트는 건축이 단순히 콘텐츠를 전시하는 물리적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신체의 이동, 빛과 어둠, 불확실성, 두려움, 공감, 그리고 결정의 순간을 통해 인간의 깊은 이해를 이끌어내는 공간적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당신은 고개를 숙여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시선을 돌려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







건축가 비² 스퀘어드 아키텍처(B² Architecture)
위치 체코, 프라하
용도 전시
연면적 1000 ㎡
준공 2026년
대표건축가 Barbara Bencová
디자인팀 Nina Špitálníková (공동 저자 / 큐레이터 가이드라인 제공)
발주자 Nina Špitálníková
사진작가 Radek Šrettr Úleh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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