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서 처음 마주했 건축물은 어디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상가였다. 문제는 그 ‘평범함’이 아니라, 오래 축적된 손길과 흔적이 겹겹이 쌓이며 구조적 상태까지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이번 작업은 그 무질서한 층위를 걷어내고, 광고회사의 사옥으로서 명확한 질서와 이미지를 새로 쓰는 대수선이었다.

출발점은 공용부의 재조직이었다. 노후한 공용 화장실을 없애고 수직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실을 새롭게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대지는 ‘개방할 수 있는 공간과 분리해야 하는 공간이 선명하게 구분됐다. 북측 도로는 유일하게 열린 방향이지만, 나머지 삼면은 인근 주택과 밀착되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철저히 막아야 했다. 공사 중에는 이웃의 우려를 담은 내용증명까지 도착했다. 건축가는 이를 덮어두어야 할 사건으로 두지 않고, 오히려 이번 대수선 프로젝트가 보여줘야 할 태도, 즉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건축적 풍요를 놓치지 않는 매너’로 전환하고자 했다.

건축주가 요구한 것은 ‘투명하면서도 하얗고 밝은 이미지’였다. 건축가는 북측 파사드를 시원하게 열어 투명성을 외부에 드러내는 전략으로 답했다. 동시에 백색 입면을 세밀하게 분절해 각 면의 역할을 다르게 부여했다. 양 코너에는 박판 세라믹으로 단단한 엣지를 세우고, 가운데 돌출된 매스는 유리로 계획해 내부의 활기를 드러냈다. 기능상 솔리드하게 막아야 하는 벽면에는 거친 질감의 STO를 사용해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이 닿을 때마다 흰색이 시간에 따라 다른 표정으로 변주되도록 만들었다.

 

내부는 단순히 층을 나누는 것을 넘어, 역동적인 에너지가 교차하는 장이 되어야 했다. 많은 인원이 오가는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2층과 4층을 외부와 긴밀히 연결되는 ‘메인 소통 채널’로 설정하고, 주계단과 별개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며 아이디어가 섞일 수 있도록 공용 공간을 넉넉하게 비워 두었다.

 

겉으로는 단정한 백색의 건물이지만, 그 속에는 이웃과의 예의 있는 거리두기와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소통이 입체적으로 맞물려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닫음’과 ‘열림’의 균형을 외부 조건에서 출발해, 사옥의 이미지와 내부의 작동 방식까지 하나의 논리로 연결한 대수선의 사례로 읽힌다.

 

 

 

 

 

지상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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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3층 평면도
지상 4층 평면도
지상 5층 평면도

 

 

건축가 심리스건축사사무소
위치 대한민국, 서울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64.3 m²
건축면적 131.17 m²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건폐율 49.63% (법정 50%)
용적률 240.73% (법정 250%)
시공 위성종합건설(이육수)
인테리어 위성종합건설(이육수)
사진작가 이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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