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프로젝트는 주택을 하나의 독립된 오브제로 세우기보다, 주변의 나무와 풍경 속에 ‘끼워 넣는’ 방식에서 출발했다. 건물은 곧게 서기보다 휘고 늘어나는 형태를 취하며, 그 과정에서 생겨난 틈과 공백은 창과 그늘, 바람길이 된다. 이러한 형태적 조정은 패시브 쿨링을 강화하는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
주택은 지면에서 살짝 들어 올린 가벼운 볼륨으로 계획됐다. 이를 통해 지면과의 열 교환이 원활해지고, 실내 전 구간에서 전면 개방형 교차 환기가 가능해졌다. 동시에 주변 풍경을 향한 시야도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 집에서 구조와 설계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한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생활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건축주는 처음부터 명확한 조건을 제시했다. NZEB(거의 제로 에너지 건축) 기준을 충족하되, 에어컨이나 기계 환기 시스템 없이도 쾌적한 주거 환경을 원했다. 창을 열어도 곤충이나 작은 동물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아야 했고, 자연 속에 깊이 잠긴 주택이면서도 전 생애 주기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집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기술이 아니라 형태에서 시작됐다. 설계는 그늘을 만들고 바람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한다. 모든 환경 성능은 수동적 건축 시스템에 의해 해결되며, 고도화된 스마트 기술이나 기계 장치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는 패시브 에너지 성능이 도면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기후 변화로 점점 더 더워지는 포르투갈의 환경에서, 이 주택은 ‘에너지를 더 쓰는 방식’이 아니라 ‘햇빛을 피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창은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도록 배치됐고, 여러 입면에 분산된 전면 개구부는 자연스러운 교차 환기를 유도한다. 여름에는 그늘진 창을 통해 유입된 시원한 공기가 실내를 식히고, 겨울에는 낮아진 태양 고도가 실내 깊숙이 들어와 자연 난방 효과를 만든다.
이러한 패시브 전략은 건축가와 엔지니어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미학과 효율, 지속가능성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설계 언어로 작동하도록 조율됐다.
여기에 외단열 시스템 내부의 코르크 단열재, 빗물 수집 시스템, 태양광 패널이 더해졌다. 산불 위험이 커지는 기후 조건, 물 부족 문제, 에너지 자립이라는 현실적인 조건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이 주택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은 12kWh/㎡, 전 생애 탄소 배출량은 1,140kgCO₂e/㎡로 제어됐다.
이 집은 기술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형태와 배치, 그늘과 바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건축 요소를 통해,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주거가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건축가 유토피아 – 아르키텍투라 이 엔지냐리아 (Utopia – Arquitetura e Engenharia)
위치 포르투갈, 파라다
용도 단독주택
연면적 250㎡
준공 2024
대표건축가 Ricardo Tedim Cruz
시공 Eng. André Santos
사진작가 Ricardo Ra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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