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for Two

도심 한가운데, 조밀한 주거지 사이에 자리한 이 집은 한 쌍의 부부를 위한 주거 공간이다. 대지는 삼면이 인접 건물로 둘러싸인 북향의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평면과 단면 모두에서 공간적 제약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이 주택은 이러한 한계를 수평적 확장이 아닌 수직적 연속성으로 풀어내며, 도심 속에서도 여유롭고 흐름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들어냈다.

설계의 핵심은 층을 관통하는 공간적 연결이다. 수직 동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빛과 바람, 공기가 집 안 깊숙이 스며들도록 했고, 부부 각자의 영역은 느슨하게 이어지면서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구조로 계획했다. 북측 사선제한으로 형성된 건물 매스는 2층과 3층에 녹지 테라스를 품고 있으며, 이 테라스들은 실내와 외부를 완충하는 중간 영역으로 작동한다. 흙빛 계열로 마감된 L자형 파사드는 도시 풍경 속에 입체적인 녹지의 표정을 더한다.

외부 환경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기 위해 현관에는 목재 프레임의 대형 슬라이딩 유리문을 설치했다. 상부로 이어지는 개방형 계단과 마주하는 이 요소는 시선을 막지 않으면서도 실내와 외부 사이를 부드럽게 분리하는 장치다. 현관 바닥은 외부 지면보다 약 40cm 낮게 설정되어, 도심에 있으면서도 한 단계 내려앉은 듯한 차분한 감각을 만든다. 동시에 시선은 자연스럽게 들어 올려져 외부와의 연결감은 유지된다.

재료 선택 역시 일상의 감각을 고려했다. 벽과 천장은 습도 조절에 유리한 석회 미장으로 마감했고, 거실 바닥에는 관리가 용이한 리놀륨을 적용했다. 전체 색채는 화이트를 기본으로 하되, 부부가 선택한 네이비 그레이를 바닥, 계단, 빌트인 가구 곳곳에 반복해 공간의 리듬을 형성했다.

이 집에는 부부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미국에서 사용하던 빈티지 가구를 새로운 공간에 맞게 재해석해, 대형 선반은 주방 카운터의 일부로, 콘솔 테이블은 세면대 하부장으로 다시 사용했다. 오래된 목재의 질감은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예술 작품과 책, 소장품들은 장식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배치되었다.

이 주택은 자연의 리듬과 시간의 흐름, 그리고 기억을 품는 집이다. 도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개인의 서사로 형태를 갖춘 이 ‘두 사람의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한 성격을 드러내며 거주자와 함께 완성되어 갈 것이다.

 

 

 

건축가 텐하치 아키텍트 앤드 인테리어 디자인(TENHACHI ARCHITECT & INTERIOR DESIGN)
위치 일본, 도쿄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54.81  
연면적 56.42㎡
규모 지상 3층
설계기간 2021.5. - 2021.10
시공기간 2021.11 - 2022. 5.
준공 2022. 5.
대표건축가 Tomoko Sasaki
구조엔지니어 Tetsuya Tanaka
시공 Tokyo Gumi
사진작가 Kenta Hase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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