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항만 작업의 일상을 건축적 층위로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대상지는 오래된 부두, 바람이 강하게 부는 해안선, 그리고 고정식 그물 작업이 이어지는 어항의 중심부이다. 건축가는 이 환경을 단순한 어시장으로 정의하지 않고, 항만 노동의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업 풍경의 건축화’로 바라보며 설계를 시작했다.

1. 장소성과 구조

프로젝트의 핵심은 부두와 내륙 시장을 잇는 ‘경관형 어시장 파빌리온’이다. 북쪽의 긴 콘크리트 벽은 바람을 막고, 흙을 쌓아 만든 언덕과 방풍림은 내부·외부의 경계를 완만하게 전환하며 어항의 거친 기후를 부드럽게 받아낸다. 도시가 구상한 프로그램(고정식 그물 작업, 직거래 판매장, 교육 공간)은 이 보호막 아래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2. 항만의 리듬과 일상

부두에 들어서면 이 항만만의 리듬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 해안선을 따라 나란한 멜라루카 나무들, 규칙적으로 배치된 강철 지붕 구조물이 바람과 파도 속에서 반복적인 장면을 만든다.
이 요소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항만 노동의 구조다. 그물 손질, 햇볕에 말리기, 잠시 쉬어가기—모든 과정이 자연·구조물과 뒤섞여 하나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심지어 도로변도 햇볕이 잘 드는 ‘그물 건조대’로 사용되며 작업의 일부가 된다.

3. 시장의 공간 구성

시장 파빌리온은 지형, 식재, 구조물이 서로 겹쳐지며 열린 볼륨을 이룬다. 부두의 작업과 내륙 시장을 직접 연결하는 이 공간에는 콘크리트 트레이, 손질대, 원형 수조, 임시 판매대가 어업 과정의 순서대로 배치된다. 상부에는 철골 크레인 구조가 길게 걸쳐져 공간의 축을 형성하고, 목구조 지붕은 비를 모아 지면으로 떨어뜨리며 작은 웅덩이를 만든다. 이 물웅덩이는 사람들이 잠시 멈추고 머무는 장소가 되며, 목재와 콘크리트의 대비가 이 시장의 건축적 표정을 만든다. 교실은 항만과 시장 양쪽을 향해 열려 있어, 어업의 소리·움직임·시선이 자연스럽게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가 된다.

4. 환경과 시각적 흐름

이 시장의 경험은 ‘층층이 겹쳐진 시선’으로 구성된다. 바깥 도로에서는 나무 사이로 파빌리온이 비치고, 남측 경사면의 방풍숲과 초지 공간은 바람을 걸러주는 동시에 비공식적인 휴식처가 된다. 내부에서는 부두–교실–시장으로 이어지는 시선이 부드럽게 연결되며, 그늘과 햇빛 사이를 걷는 경험이 리듬감 있게 반복된다.

 

이 어시장은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라, 어촌 공동체와 원주민 마을, 인근 고속도로와 자전거길 이용자 모두에게 열려 있는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 허브로 작동한다. 작업과 휴식, 학습과 교류가 나란히 존재하며, 건축은 이를 강요하지 않고 받아내고 드러내는 역할에 집중한다. 건축가는 이곳을 통해 항만 노동의 장면을 ‘조용한 건축적 프레임’ 속에 담아냈다. 나무, 바람, 빛, 그리고 일상의 움직임이 서로 겹치며 새로운 해안 경관으로 자리 잡는 장소다.

 

액소노메트릭 다이어그램-1
주변환경 다이어그램
지붕구조 다이어그램
동선 다이어그램
1층 평면도
입면도-1
입면도-2
입면도-3
단면도-1
단면도-2

 

건축가 비+피 아키텍츠( B+P ARCHITECTS)
위치 대만, 신주, 중화로 5단, 208항 130번지
용도 도소매점
대지면적 3,106.77㎡
연면적 496.45㎡ 
규모 지상 1층
준공 2025
대표건축가 Jeff Tsai
사진작가 Studio Mill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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