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택은 1960년대에 지어졌으며,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해군 제6연료공장의 부속 숙소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건축가 린은 이곳을 주거와 업무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동양 정원을 탐구한 경험과 어린 시절 공동체에서의 기억을 결합해 자연, 역사적 기억, 종교적 상상을 하나의 공간 안에 엮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장면들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현대의 삶이 그 관계를 다시 짜나가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오래된 집은 과거의 형태로 억지로 복원되거나, 현대의 삶과 단절되거나, 철거되는 대신, 새로운 시간의 층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지붕의 일부는 투명한 재료로 교체되었고, 내부의 여러 칸막이 벽은 제거되어 빛이 집 안을 자유롭게 흐르도록 했다. 햇빛은 천장을 통과해 중앙의 수조로 떨어지고, 그 물결은 인접한 벽과 천장에 반사되어 공간 전반에 리듬감 있는 빛의 움직임을 만든다. 수조 속 금붕어의 움직임은 그 반사를 더욱 생동감 있게 하며, 보존된 옛 질감 위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가 시적인 풍경을 그린다.
공간적으로는 다양한 개구부가 여러 겹의 시각적 연결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공간의 일부들이 겹쳐 보이며, 외부 거리에서도 내부의 깊이 있는 장면들이 비쳐 보인다. 이러한 중첩은 주택과 주변 환경의 관계에 풍부한 깊이를 더한다.
집의 중심에는 종교적 의식, 식사, 친구들과의 담소, 수조 주변의 자연적 변화가 한데 얽히는 핵심 공간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리듬에 따라 드러나고 사라지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고요함을 품은 피난처가 되어, 일상과 노동 사이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대만의 주거 공간에서는 사람과 공간 정보의 관계가 빠르고 강하게 변화한다. 각 단계의 리모델링은 기존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서로 다른 시대의 건축적 요소들을 한자리에 중첩시킨다. 공간 구성, 재료, 양식, 기능, 가구 등이 시대를 넘어 한곳에 공존하며, 거주자의 생활 방식이 변할 때마다 내부는 다시 재구성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시기의 ‘장(場)’과 ‘경(景)’이 겹치고 교차하면서, 점점 더 모호하고 복합적인, 그리고 원래의 성격에서 벗어난 독특한 공간 환경이 형성된다.

























건축가 카비넷 와이에프와이 (Cabinet YFY)
위치 대만, 가오슝
용도 단독주택
연면적 114㎡
준공 2023
대표건축가 Yu-Hsuan Lin
사진작가 Studio Mill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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