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KUYO DIG

배우고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배움은 우리가 세상을 더 높은 해상도로 바라보게 만들며, 아직 알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게 한다. 배움은 새로운 질문을 낳고, 질문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호기심은 다시 배움을 촉진한다. 이러한 순환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선행자들의 누적된 노력 덕분에 세상은 점차 형태를 갖추어 왔다.

고쿠요(KOKUYO)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사를 탐색하고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배움”을 주제로 한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DDAA는 이 주제 자체에 큰 흥미를 느끼면서도, ‘배움을 위한 공간’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을 가졌다. 왜냐하면 ‘교육’은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로 제공할 수 있지만, 배움의 근원인 호기심과 탐구심은 강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적·건축적 접근을 통해 자발적 배움을 유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배움을 위한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탐구의 과정으로 삼았다. 고쿠요는 부서 간 지식 공유를 장려하고 자발적 학습을 촉진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확고한 의지를 보였으며, 이는 조직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DDAA 역시 이러한 배움의 순환을 중심으로 팀을 구축하고, 같은 사고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의 과정 또한 하나의 ‘배움의 장’이 되길 바랐다. DDAA는 기획과 디자인을 주도하면서 고쿠요의 사내 디자인팀과 협업했다. 서로의 방식과 철학을 공유하고, 연구·설계의 과정을 하나의 공동 방법론으로 체계화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를 서로 배우는 경험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완공 이후에는 이 설계 과정을 정리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배움을 공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의 의미

호기심과 탐구욕은 타인이 통제할 수 없지만, 그것을 담아낼 그릇으로서의 공간은 만들 수 있다.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은 물론,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동료적 분위기 또한 배움을 촉진한다. 옆자리에서 들리는 대화 한마디가 새로운 아이디어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교류’를 건축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집중과 공유가 공존하는 공간을 설계 목표로 삼았다.

이 아이디어는 의외로 ‘패밀리 레스토랑(family restaurant)’에서 출발했다.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단순히 식사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친구들과 공부를 하거나, 일에 집중하거나, 편하게 대화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24시간 개방된 이곳은 각자가 제 방식으로 머무는 자유로움을 지닌다. 우리는 이러한 ‘공유 속의 개인성’이 바로 배움의 공간에 필요한 속성이라 판단했다.

 

디자인의 세 가지 핵심 요소

하부는 집중을 위한 프라이빗 공간, 상부는 공유를 위한 개방적 공간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공간의 하부는 소규모 그룹을 위한 반개방형 좌석으로, 상부는 시야가 트인 공유 공간으로 구성했다. 중심부에서 후면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시선선과 가구 높이를 조정했으며, 플랜트를 활용한 파티션으로 시각적 완급을 조절했다. 바닥과 어우러지는 그린 톤의 가구는 ‘앉았을 때의 집중’과 ‘서 있을 때의 공유’가 공존하도록 했다.

음료바와 도서존 등 동선을 유도하는 순환형 배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교류하도록, 1층에는 도서관과 라이트 미니바를, 2층에는 스낵바와 드링크바, 보급 스테이션을 분산 배치했다. 이를 통해 걷는 동선 자체가 학습과 소통의 계기가 되도록 했다. 동선은 ‘버터에 칼을 그리듯’ 부드럽게 이어지며, 가구는 그 사이를 채워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 다양한 배움의 형태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표 좌석 형태처럼, 테이블 크기를 다양하게 두어 사용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문서를 넓게 펼치거나, 혼자 노트북만 놓거나, 여러 명이 토론할 수 있다.
1층의 대형 테이블은 여러 그룹이 함께 머물며 교류할 수 있는 상징적인 중심 공간으로, ‘이 장소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오브제로 배치했다.

 

이곳은 ‘배움’ 그 자체를 완성된 형태로 정의하기보다, 호기심이 순환하고 지식이 흘러가는 과정을 건축적으로 담아낸 공간이다.
고쿠요의 실험적 시도와 DDAA의 협업은 배움의 공간이 곧 또 하나의 배움 그 자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건축가 디디에이에이(DDAA), 고쿠요 (KOKUYO)
위치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용도 교육시설
연면적 494㎡ 
준공 2024
디자인팀  Daisuke Motogi, Taiki Nakamura, Yui Yokoi
인테리어  KOKUYO
시공 Nomura Real Estate Partner / TANK
조명  SHOKKI

사진작가 Kenta Hase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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