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chael Moran

 

New Library at Korean Cultural Center New York

뉴욕한국문화원의 새로운 도서관이 최근 맨해튼 중심부에 개관하였다.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 3층에 자리한 150 m2  규모의 도서관에는 대한민국의 역사,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관련 국내외 도서, 잡지, 정기 간행물 및 정부 홍보물, 멀티 미디어 자료 등 10,000여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으며, 도서 열람 및 대출, 작가소개, 연구활동 지원 등 다양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도서관에는 어린이 도서관 기능이 보강되어 교포사회 및 국내외 다음세대를 위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문화 교류의 해외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문화원이라는 장소에는 기본적으로 공연장, 전시관, 도서관 및 교육관이 들어서게 된다. 그 중 도서관은 특별한 기획으로 운영되는 여타 기능에 비해, 방문객 위주로 운영되는 보다 자율적인 장소이며 보다 오랜 시간 머물게 되는 공간이다. 도서관 용도의 공간적, 장소적 특성은 본 프로젝트 디자인을 시작하는 단초이자 디자인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되었다. ‘뉴욕에 자리한 재외 공관에 들어설 한국 도서관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대 도서관 공간 디자인에서 제시할 것인가?’

 

책이 보관된 공간에 머물며 책을 찾고 책을 읽는 시간 동안, 고국을 떠나온 이민 세대의 옛 시절 향수를 보다듬으며, 자녀 세대와 뉴욕 현지인들에겐 우리 공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디아스포라 (diaspora)와 다양한 민족이 책이라는 문자 매체를 통해 교류할 수 있는 장소이자, 고향 집을 방문하듯 친구 집에 놀러가듯 편히 찾고 싶은 곳이 되길 원했다. 뉴욕이라는 특수한 장소에 위치한 도서관의 잠재력과 의미를 되짚으며, 우리 옛 공간에 내재된 형태적 아름다움과 기능적 가치를 본 도서관 공간 디자인에 구현하여, 공간적 전이(轉移)가 느껴지는 장소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전통 건축의 원형적 형태를 동시대적이고 미니멀한 미학으로 재해석하고, 옛 공간에 내재된 의미들은 자연주의에 중점을 둔, 소위 바이오필릭 스페이스(biophilic space)’로 재현하여,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우리 공간의 아름다움을 담은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 도서관 (community library)을 제안하였다.

 

도서관 공간 구성은 순환하는 공간(Circulative Space)’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이러한 공간 구성 아이디어는 서가 배열을 통해 완성되었다. 기존 도서관 계획에서 주를 이루던 기능적 조닝(zoning)과는 다른 서가 배치로, 연속적인 동선 흐름과 교차가 만들어지는 공간을 만들어 현대 도서관 계획의 중심 화두 중 하나인 소통(communicative) 기능을 새롭게 구현하고자 하였다. 도서관 서가 배치는 작은 안마당이 있는 소규모 한옥을 모티브로 구성되었다. 일련의 서가를 중심이 비어있는 장방형 루프(loop) 형태로 배열하고, 중심 안팎을 연결하는 개구부를 일정 위치에 두어 간결한 순환 동선 체계를 완성하였다. 이로써 방문객은 서가를 따라 걷거나 통과하며 보다 용이한 검색과 열람을 할 수 있으며, 서가와 서책 그리고 옥외 테라스의 녹지공간이 연속적으로 중첩되며 내외부로 어우러진 다채로운 도서관 풍경을 체험하게 된다.

도서관 내 열람 구역은 기존 여타 도서관의 구성 방식과 달리 열람 구역을 따로 두지 않고 루프형 서가 중심에 형성된 중정형 공간을 활용하였다. 서가에 둘러 싸여 비워진 중정형 공간은 열람, 모임, 간헐적 이벤트 등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도서관의 중점 공간으로 디자인 되었다. 좌석 또한 중정형 공간이 다용도로 활용되는데 일조하도록 정방형 모듈의 스툴 형태로 디자인 되어 공간의 쓰임새에 따라 좌석으로 혹은 받침대로, 또 개별적으로 이용하거나 붙여 쓰는 등 공간 내 자유로이 둘 수 있도록 하였다. 중정형 공간의 바닥은 석재로 마감하고 허브를 식재한 플랜터 (planter)를 두어 한옥의 작은 안마당과 같은 공간감을 부여하였다.

 

서가로 형성된 공간이 한옥의 안마당 분위기를 오롯이 재현할 수 있도록 서가 디자인에 건축 구성요소를 투영하는 아이디어인퍼니텍쳐(furnitecture)’라는 방식을 고안하였다. 한옥 벽면을 구성하는 가구식 목구조와 처마 공포(栱包)의 결속 방식, 집을 구성하는 목구조의 건축적 요소들이 서가 디자인의 단초로 활용되었다. 보다 밝은 색감의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재료는 포플러 나무로 선정히여 친밀감과 안락감이 느껴지도록 하였고, 제작 용이성을 감안하여 일정한 규격의 반복 모듈로 디자인되었다. 서가의 각 부재들은 구조적으로 허용되는 가장 얇은 두께의 목재(판재 및 각재)와 금속 부품을 사용하여 외곽틀(framework)의 시각적 부피감을 줄일 수 있도록 제작함으로써, 수납된 서책의 가시성을 높이고 도서관 내 장서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공간감을 실현하였다. 수직 부재는 얇은 판재를 요철형으로 덧대 제작하고, 수평 선반들은 수직 부재보다 돌출시켜 설치하여, 간결한 제작 방식으로 섬세하고 풍부한 디테일을 구현함과 동시에 수납 하중에 필요한 구조적 요구도 충족될 수 있도록 하였다. 서가 상부에는 공포(栱包) 양식에서 차용된 격자형 구조물을 고안하여 수납공간으로 활용하였다. 격자 구조물에는 단청 색상을 참고한 5가지 색상을 적용함으로써 서가에 수납된 다양한 책등(book spine)의 다채로운 색상들과 어우러지도록 하여, 목재 서가와 석재 바닥의 단일 색조와 대비를 이루는 생동감있는 도서관 풍경을 완성하였다. 이처럼 퍼니텍쳐개념에 근간한 여러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시험하는 디자인 과정을 통해, 우리 한옥 내 복도와 안마당을 오가는 공간감을 담은 서가 디자인과 공간 배치를 통합할 수 있었다.

 

한편, 모든 디자인 과정은 지속가능성과 비용효율성을 염두하고 진행되었다. 폐자재 발생을 줄이고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서가, 천장 조명, 리셉션 데스크 및 뒷 벼경막(back screen) 등 도서관 디자인에 사용된 목재들은 모두 같은 두께의 부재로 계획되어 한 가지 두께의 패널만 사용하여 제작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이로 인해, 미학적으로 보다 일괄된 언어를 디자인에 적용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다 환경 친화적인 도서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서, 뉴욕한국문화원의 새로운 도서관은, 책을 읽고 정보를 나누며 한국을 알고 이해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우리 공간의 아름다움을 향유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이 새로운 장소는 교포 사회를 넘어, 해외 및 뉴욕 현지인들의 우리나라와 K-컬쳐에 대한 정보 충족의 욕구를 채워주는 새로운 타입의 문화 및 정보 교류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집에 놀러 온 새 친구를 만나듯 설렘과 즐거운 기억이 가득찬 장소로 남게되길 바란다.

 

ⓒ Michael Mo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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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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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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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소노메트릭 다이어그램-1
액소노메트릭 다이어그램-2
액소노메트릭 다이어그램-3
유닛 베이스 모듈 다이어그램

 

건축가 스튜디오 엠퍼띠 (Studio Empathy)
위치 뉴욕, 멘하탄
용도 도서관
프로젝트면적 150
준공 2024
대표건축가
프로젝트건축가 최창학(Studio Empathy), 김지영 (PRAXES)
시공 DKT Contractors LLC
사진작가 Michael Moran, Changhaak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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