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란사로테 섬의 기존 주택을 하나 찾아, 섬이 지켜온 ‘국가적 색채’라 할 수 있는 화이트와 그린의 규범을 존중하며 리노베이션하는 것이었다. 카나리아 제도에 속한 이 섬은 건축 높이와 밀도, 무엇보다 색채에 있어 매우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란사로테 전역은 검은 용암 지형 위에 놓인 백색 건축과 야자수의 녹색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비는 프로젝트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모티브가 되었다.

기존 주택은 2000년에 지어진 빌라로, 원 설계는 현지 스튜디오 DISEÑO LANZAROTE가 맡았다. 당시 이 집은 부부만을 위한 주거로 계획되어 모든 공간이 과도하게 넓었으며, 이번 리노베이션에서는 침실 수를 늘리되, 개입은 최대한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존 구조를 존중하면서 평면을 부분적으로 조정해 거주 밀도를 재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욕실에는 대형 유리를 적용해 정원으로 시선을 열어 공간의 개방감을 강화했고, 지나치게 넓었던 거실은 규모를 줄이는 대신 거실·주방·다이닝을 하나의 연속된 생활 공간으로 통합했다. 상층에는 요가 스튜디오를 배치하고, 옥상에는 야외 샤워가 가능한 선데크를 마련해 실내 생활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확장되도록 했다.

실내와 외부 테라스는 하나의 생활 영역으로 연결된다. 용암석 벽을 배경으로 긴 콘크리트 식탁과 벤치를 타설하고, 퍼골라를 설치해 그늘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는 야외 바비큐 주방도 함께 조성되며, 테라스는 수영장이 있는 정원과 직접 맞닿아 있다.

마감은 전면적으로 재정비되었다. 지역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던 기존 목재 바닥은 모두 제거하고, 화이트 콘크리트 바닥과 백색 도장으로 통일했다. 욕실 벽에는 녹색 타일을 사용해 섬의 색채 규범을 실내로 끌어들였고, 현지에서 채취한 용암석은 욕실 세면대 하부 구조나 테라스의 시각적 포인트 벽으로 활용되었다. 두 개의 테라스에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바람을 막는 파티션을 새로 설치해, 동시에 시각적 차폐와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이 주택은 매우 효율적이다. 란사로테의 연중 안정적인 기후 덕분에 냉난방 설비에 대한 의존이 거의 없으며, 난방은 거실의 벽난로가 보조 역할을 한다. 냉방 역시 대부분 필요 없고, 자연 환기가 기본이다. 극히 드문 고온 시기를 대비해 침실에만 에어컨을 설치했으며, 온수는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설비로 공급된다.

건축 자재는 전부 현지에서 조달했고, 가구 역시 대형 가구를 중심으로 섬 내에서 구매했다. 모든 시공은 현지 업체와 협업해 진행되었으며, 이는 수많은 예상치 못한 사건과 경험으로 이어졌다. 체코에서 들여온 것은 일부 빈티지 가구와 소품뿐으로, 이는 섬 내 선택지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주택은 란사로테가 오랜 시간 유지해온 건축 규범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게 공간과 재료를 재구성한 사례로, 풍경·기후·생활이 하나의 건축 언어로 응축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배치도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건축가 오오오오엑스(OOOOX)
위치 스페인, 란사로테, 티아과, 타라 거리 3번지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000㎡
건축면적 300㎡
설계기간 2023 - 2024
준공 2024
조명 
Severské světlo
발주자 Radka Valova and Jakub Vala
사진작가 Romana Ella Plaček

 

반응형


마실와이드 | 등록번호 : 서울, 아03630 | 등록일자 : 2015년 03월 11일 | 마실와이드 | 발행ㆍ편집인 : 김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지희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8길 45-8 1층 | 발행일자 : 매일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