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Crimson Unfold Apartment

이 주택은 말레이시아 셀랑고르 주의 텔록 팡리마 가랑에 위치한다. 쿠알라룸푸르와 인접하면서도 도심에서 한 단계 떨어진 이 지역은, 도시 접근성과 단독 주거의 균형을 원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주거지다.

건축주는 처음부터 분명한 공간적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생동감 있는 주거 공간, 그리고 바우하우스와 미드센추리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이 의도는 프로젝트 전반의 디자인 언어로 이어졌다.

주택은 총 112세대로 구성된 단지 안에 자리한 2층 연립주택으로, 연면적 약 1,500제곱피트 규모에 침실 4개, 욕실 3개를 갖추고 있다. 기존 평면은 현대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었지만, 다수의 벽과 공간 분절로 인해 실제 거주에서는 답답함이 컸다. 설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한된 면적 안에서 공간의 체감 볼륨을 확장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1층과 2층 일부 벽체를 개방하고, 상하 공간을 시각적으로 연결했다. 특히 1층과 2층 침실 영역의 벽을 조정해 수직적 연속성을 확보했고, 후면 파티오 역시 차양을 통해 내부 시야에 포함되도록 설계해 실내 볼륨의 일부처럼 인식되게 했다. 물리적 확장보다는 시각적·공간적 확장을 통해 밀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공간 구성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압축과 확장’ 개념이 적용되었다. 비교적 밀도 높은 현관 공간을 지나면, 거실과 다이닝 공간이 한층 넓게 펼쳐지며 자연스러운 공간적 전환이 이루어진다. 1층 현관은 수작업으로 제작된 선홍색 타일, 체리 톤의 캐비닛, 그리고 천공 패턴이 더해진 대리석 바닥으로 마감되어 강렬한 첫인상을 만든다. 이 공간은 방문자의 감각을 환기시키며 내부로 이끄는 장치로 작동한다.

거실과 다이닝 공간에서는 빨강, 파랑, 노랑의 색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상징적인 가구들과 어우러진 이 색의 조합은 공간에 리듬을 부여하며, 바우하우스와 미드센추리 디자인 언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주방은 이 주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공사 과정에서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 기둥이 드러났고, 이를 숨기기보다 디자인의 중심 요소로 전환했다. 기둥에는 이탈리아 건축가 에토레 소트사스가 디자인한 알피(Alpi) 무늬목 패턴을 적용해 시각적 포인트로 삼았다. 염색 합판 캐비닛, 하늘색 포슬린 타일, 물결 패턴의 &Tradition 플라워팟 펜던트 조명이 더해지며, 주방은 감각적인 장면으로 완성된다. 손님 초대를 즐기는 거주자의 생활 방식을 반영해, 조리 공간 옆에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코너도 마련됐다.

계단은 1층과 2층을 단순히 연결하는 요소를 넘어, 공간 전환의 장치로 작동한다. 테라조 마감의 계단은 경계를 암시하면서도 다음 공간으로의 이동을 유도하고, 둥근 모서리의 난간과 스테인리스 스틸 로드가 이어지며 부드러운 동선을 만든다.

2층 마스터 침실에서도 대담한 색채 실험은 이어진다. 파랑, 흰색, 빨강의 색면이 목재 디테일과 어우러지고, 대비되는 알피 베니어가 공간의 밀도를 조절한다. 욕실에는 원형 모티프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층간 디자인의 연속성을 부드럽게 연결한다.

이 주택은 밝은 색채와 과감한 디자인 장치를 통해 한 시대의 낙관성과 창조적 에너지를 현재의 주거 공간으로 끌어온다. 단조로운 현대 주거 단지 속에서, 이 집은 마치 흰 테이블 위에 놓인 사과처럼 주변 풍경에 선명한 활력을 더하는 존재로 자리한다.

 

 

 

 

건축가 우우 스튜디오 (Wuuu Studio)
위치 말레이시아
용도 공동주거
프로젝트면적 1,500ft²
준공 2025
대표건축가 Dom Tee
디자인팀 Eva Cheok
사진작가 TWJ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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