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식 벽과 최소 단위의 방으로 재구성한 오픈 플랜 주거 공간 / 부노

 

MM33

이 프로젝트는 상업적 논리에 의해 방 크기와 구성 방식이 결정되는 기존 분양형 주거 유닛의 관습을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본다. 일반적으로 방의 면적은 실제 삶의 방식보다는 판매 전략에 맞춰 정해지는데, 디자이너는 이러한 고정된 룸 메이킹(room-making) 방식을 해체하고, 삶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구조를 제안한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원베드룸 아파트를 ‘오픈 플랜’으로 전환한 점이다. 디자이너는 방들을 외곽으로 밀어내고 중앙에 하나의 넓은 ‘코트(court)’를 비워내며, 거주자가 숨 쉴 수 있는 중심 공간을 만들었다. 주변의 각 방은 필요한 기능을 충족하는 최소 단위로 압축되어 있지만, 사용자의 신체 스케일과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설계되었기에 작지만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이 ‘코트’는 요리와 식사를 위한 공간이자, 주변 방들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차용된 공간(borrowed space)’이 되어 전체 공간을 더 넓게 인식하게 만든다.

이 확장감은 고정 벽 대신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는 가변식 벽체에서 비롯된다. 커튼은 공간을 구획하면서도 완전히 분리하지 않아 상황에 따라 개방감과 프라이버시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각종 ‘기능 유닛’들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건축적 장치로 작동하며, 소형 도시 주거를 위한 필수 기능을 갖춘 프리패브(pre-fab) 요소들로 구성된다.

재료는 가능한 한 본연의 질감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선택되었다. 바닥은 연한 베이지 톤의 리놀륨, 고정 유닛은 투명 코팅한 합판을 사용해 가벼운 촉감을 유지한다. 색채는 단일 상자를 보는 듯한 폐쇄감을 피하고, 면과 면의 분리를 통해 공간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적용되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작은 면적 안에서도 ‘여유’와 ‘확장성’을 만드는 방법을 탐구한다. 고정 규격을 해체하고 사용자의 삶을 중심에 둠으로써,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디자이너 부노(buno)
위치 태국, 방콕, 아리
용도 단독주택
준공 2023
사진작가 Napat Pattrayan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