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1M5 Boutique
J1M5는 ‘여행·예술·일상 속의 미학’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최첨단 패션을 큐레이션하는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멀티 브랜드 편집숍이다. 건축가는 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간 안에서 구현하기 위해, ‘행리(行李) — 여행용 가방, 수트케이스’를 핵심 개념으로 삼았다. 이동성과 유연성을 상징하는 수트케이스를 공간 구조로 확장해, 평면·동선·색채·사용 시나리오를 모두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풀어낸 프로젝트이다.
편집숍이라는 유형 자체는 유럽에서 비롯됐다. 취향이 분명한 ‘바이어(바잉 디렉터)’가 특정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잠재 고객의 감각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옷과 액세서리를 찾아 전 세계를 이동한다. 여행 가방에 담겨 돌아오는 것은 의류만이 아니라, 각국의 문화·유행·이미지들이다. 건축가는 이 ‘멀티 브랜드 + 이동하는 수트케이스’라는 편집숍의 원형을 공간 구조로 치환했다.
공간 안에는 여러 개의 ‘박스’가 놓여 있다. 각각의 박스는 하나의 수트케이스이자, 하나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장치이다. 이 박스들은 단순한 진열장을 넘어, 수평으로 360도 회전할 수 있는 구조체로 설계됐다. 단일 요소의 회전이 곧 전체 공간의 구조 변화를 이끌어 내도록 설정한 것이다. 덕분에 공간은 고정된 인테리어가 아니라, 상황과 프로그램에 따라 끊임없이 재조합되는 거대한 매트릭스로 작동한다.
입구에 배치된 네 개의 쇼윈도 박스 또한 여러 방식으로 배열과 결합이 가능해, 이벤트·시즌·브랜드에 따라 완전히 다른 파사드 이미지를 만든다. 공간의 끝에는 ‘거울로 구성된 세계’가 놓여 있다. 거울은 높게 솟은 건축 밀집지 사이를 걷는 듯한 착시를 만들며, 사용자를 끝없이 이어지는 연속적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다.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에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밀고 나갔다. 내부 구조는 언제든 재배치될 수 있으며, 어떤 날에는 기둥이 빽빽한 숲처럼, 어떤 날에는 텅 빈 홀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리테일 공간에서 기대되는 고정된 진열 방식의 상식을 깨고, 기능 변화에 맞춰 형태가 유연하게 반응하는 ‘변형 가능한 상업 공간’으로서 J1M5를 제안했다.
1) 디스플레이 모드 – 캐비닛 ‘닫힘’
캐비닛이 닫혀 있을 때, 바깥쪽 양 옆면에는 스테인리스 행거를 걸 수 있어 전시 면적을 최대화한다. 내부는 수납 공간으로 사용해, 전시와 저장 기능을 한 몸체 안에서 효율적으로 결합했다. 이 상태에서 공간은 마치 규칙적으로 서 있는 기둥의 숲처럼 보이며, 구조 그 자체가 강한 리듬감을 만든다.
2) 디스플레이 모드 – 캐비닛 ‘열림’
캐비닛을 열면 내부가 온전히 전시 공간이 된다. 가방, 의류, 신발을 세트로 연출해 두어, 고객이 코디 전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공간은 거의 전부 ‘옷장’으로 채워진 듯 보이고, 실용성이 전면에 드러난다.
3) 디스플레이 모드 – 캐비닛 혼합 사용
여러 개의 캐비닛을 서로 다른 각도로 배치하면, 브랜드 운영 전략에 따라 완전히 다른 디스플레이 구성이 가능하다. 각각의 캐비닛은 특정 브랜드 전용 존이 될 수도 있고, 완전히 독립된 쇼윈도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하나의 기본 단위를 바탕으로 무한한 조합을 만드는 방식이다.
건축가는 이 ‘수트케이스 프로토타입’을 다양하게 확장했다. 기본 박스는 때로는 기둥, 때로는 브래킷, 옷장, 피팅룸, 쇼윈도 등 여러 역할을 겸한다.
- 데일리 모드(Daily Mode) 에서는 기둥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브랜드 의류가 걸린 캐비닛 사이를 거닐며 쇼핑하는 경험을 만든다.
- 런웨이 모드(Catwalk Mode) 에서는 기둥을 주변으로 밀어내 원형 동선을 만들고, 위치를 조정해 다양한 런웨이 동선과 동적 공간 구조를 구성한다.
- 이벤트 모드(Event Mode) 에서는 박스들을 한쪽으로 밀집시켜 큰 매트릭스를 만들고, 중앙을 완전히 비워 팝업 행사나 소규모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한 큰 플로어를 확보한다.
이처럼 하나의 구조 원형이 일상 영업, 패션쇼, 이벤트까지 모두 수용하는 가변 플랫폼이 된다.
공간 곳곳의 디테일 역시, 촬영과 연출이 잦은 편집숍의 특성을 반영해 설계됐다.
입구 정면에는 액세서리와 가방을 위한 전시 존이 놓여 있으며, LED 스크린이 배경으로 삽입되어 브랜드 이미지와 비주얼을 유연하게 교체할 수 있다.
입구의 사선 벽은 내부로 들어오면서 작은 라운지·전시 구역을 형성한다. 이곳에는 향 제품, 아트 오브제 등을 전시할 수 있고, 반사 거울과 은은한 천장 조명을 통해 다차원적인 몽환 공간처럼 연출했다.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장면을 의도한 구성이다.
천장은 질서정연한 구조미를 가진 패턴으로 디자인되었고, 그 이면에는 조명, 소방 설비, 공조 시스템, 캐비닛 이동 레일 등 복잡한 설비가 통합되어 숨겨져 있다. 건축가는 이를 하나의 구조·조명 장치로 통합해, 기능과 미학이 동시에 읽히는 천장 풍경을 만들었다.
카운터가 놓인 서비스 영역은 회색 텍스처 페인트로 마감해 전체 벽과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했다. 차가운 빛과 따뜻한 빛의 대비로 공간 깊이를 강조하면서도, 전체 분위기는 단정하고 간결하게 유지했다.
외부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의도한 VIP 피팅룸은 은은한 웜 옐로 톤과 섬세한 조명으로 윤곽을 드러내며, 부드럽고 안락한 방처럼 연출했다. 편안함과 은밀함, 고급스러운 질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캡슐 같은 공간이다.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에서 업종의 본질을 먼저 추출한 뒤, 그에 맞춰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단일 진열 중심의 기존 리테일 사고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미래 운영 방식까지 수용할 수 있는 ‘변형 가능한 구조 시스템’을 제안했다. 공간 미학, 구조, 기능, 브랜드 개성을 하나의 틀 안에서 통합하고, 복잡한 기능 시스템과 층위 높은 디테일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귀결시킨 프로젝트이다.
결과적으로 J1M5는 브랜드·기능·공간·예술·도시 생활이 서로 당기고 밀어내는 긴장과 균형을 동시에 담아낸, 변화하는 편집숍의 프로토타입으로 읽힌다.











































건축가 베리어스 어소시에이츠 (Various Associates)
위치 중국, 칭다오, 하이센스 플라자
준공 2020.10.
대표건축가 Dongzi Yang, Qianyi Lin
디자인팀 Bo Huang, Meiyu Jiang
사진작가 Feng Sh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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