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omum Zip house
건축가는 깊은 숲속 높은 지형에 자리한 문호리 수대울의 두 필지를 마주하며, ‘두 가족이 동시에 머물되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집’이라는 독특한 과제를 받았다. 이 집은 주말별장으로 사용할 부부와, 잠시 머무는 쉼 공간이 필요한 직원 가족들을 위한 장소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땅이 수변보전구역이라는 점이었다. 다가구나 별동 구조의 두 채를 짓는 방식은 불가능했고, 법적으로는 ‘단독주택 하나’만 허용됐다.
건축가는 이 난제를 ‘두 채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집’이라는 해법으로 풀었다. 경사 차이가 3미터 나는 두 필지에 동일한 형태의 볼륨을 각각 배치하고, 그 사이를 2층 규모의 현관·라운지로 묶어 새로운 단독주택의 형태를 만든 것이다.
이 집을 규정하는 주요 장치는 연속된 아치가 만드는 회랑이다. 사전적 의미는 ‘주요 부분을 둘러싸는 복도’지만, 이 집에서 회랑은 복도를 넘어 ‘머무는 장소’ 그 자체가 된다. 남쪽의 낮 햇빛은 아치 틈에 머물며 부드러운 간접광으로 실내를 채우고, 각 방과 이어지는 툇마루는 실내의 느린 리듬을 바깥까지 확장한다. 작은 욕조를 둔 공간 역시 툇마루의 확장선상에 놓이며 ‘머무름’의 다양한 방식을 제안한다.
회랑에 수직으로 열리는 아치 틈새는 이 집의 또 다른 풍경 장치다. 멀리 산 능선과 하늘, 가까이 정원의 계절 변화가 아치 속에 프레임처럼 담기며, 시간이 천천히 머물다 흘러가는 감각이 만들어진다.
머무름은 실내를 넘어 위·아래 정원으로 이어진다. 상부에는 다른 집을 방문한 듯한 분위기의 ‘티 하우스’가 있고, 하부에는 불놀이를 위한 파이어 피트를 두었다. 불은 음식을 만들고 집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가장 원초적인 장치이자, 이 집에서 사람들의 기억이 가장 깊이 새겨지는 중심의 역할을 한다.
건축가는 이 집이 ‘잠시 머무는 곳’인 만큼,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결국 이곳에서 만들어질 시간, 머무름의 감정, 그리고 함께 나눈 기억일 것이다.



























건축가 투닷 아키텍츠 & 파트너스(Todot Architects & Partners)
위치 대한민국, 경기, 양평
용도 단독주택
연면적 197.57㎡
준공 2025
대표건축가 조병규
사진작가 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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