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은 약 1,000㎡ 규모의 창의적 플랫폼ㄱ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예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장면 구성적 디스플레이를 통합하며,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스팩트럼(SpActrum)이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보이지 않는 건축의 힘’에 대한 탐구를 상업과 소비의 영역까지 확장시키며, 중국의 대규모 도시화 맥락 안에서 건축적 사고를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의 개념적 기반은 다음과 같은 방대한 소비 수치에서 출발한다. 2025년 중국의 철광석 사용량은 12억 8,300만 톤, 석유는 하루 1,700만 배럴, 시멘트는 약 2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23년 기준 석탄 소비량은 57억 2,000만 톤, 물 사용량은 5,906.5억㎥, 민간 트럭 수는 약 3,300만 대에 달한다. 이 수치는 단지 생태적 영향을 넘어, 오늘날 사회의 삶의 방식, 조직 체계, 기술 시스템이 얼마나 은폐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로부터 ‘소비의 풍경(Landscape of Consumption)’이라는 건축적 선언이 출발한다. 이는 소비 사회의 숨은 인프라를 재료 라이브러리로 구축하고, 집단적 맹목을 깨우며 의식적 감각을 환기시키는 시도이다. 이 프로젝트의 컨셉은 건설 도구를 건축 요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장에서 제작된 바닥 거푸집은 긴 테이블로, 급속 콘크리트 거푸집 시스템은 GMT 팔레트로 변화하였다.
일상 소비를 지지하는 핵심 시스템인 현대 물류는 공간 내 가구로 다시 재구성되었다. 액체 운반 용기와 광물 수송 바구니는 테이블의 받침으로, 공장 환기 그릴은 펜던트 조명으로, 트럭 덮개는 공간을 구획하는 커튼으로, 방화용 플라스틱 멤브레인은 ‘규제의 오렌지색’으로 벽면을 덮는다. 이는 미적 선택이 아닌, 재료의 현실을 보여주는 ‘기록’이자 시각 환경이 어떻게 기술 요건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드러내는 색채 전략이다.
889GLO는 도서관, 라이프스타일 쇼룸, 예술 플랫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문화 공간으로 구상되었다. 기존 건물의 시간적 층위를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유기적 연결을 형성하였다. 과거 임차인들의 파티션을 제거함으로써 남·서측 입면에 도시 경관이 탁 트이도록 하였고, 이전의 작은 방들을 연결하던 약간 높이 올라간 복도는 의도적으로 남겨두었다. 콘크리트가 드러난 천장에는 다양한 입주자들이 남긴 페인트 흔적이 고고학적 기록처럼 남아 있다. 공간 구성은 하나의 내러티브로 펼쳐진다. 식물로 채워진 테라스와 이어지는 카페 공간, 방화 멤브레인으로 감싼 갤러리 존, 원예용 테이블을 재활용한 작업 공간, 노란 커튼으로 둘러싸인 강연 공간, 그리고 높이 솟은 책장이 압도감을 주는 도서관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경계는 점차 해체되며, 공간은 점점 더 투명하고 유동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889GLO는 스팩트럼(SpActrum)이 추구하는 조형 방법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재료 변형을 통해 사회적 이슈와 실천적 상황을 연결하는 ‘하이퍼링크(hyperlink)’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접근은 전통적 디자인 과정을 전복한다. 즉, 가치 기반의 재료 선정에서 출발해 물리적·미학적 재해석을 거쳐,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내포하는 새로운 형태로 귀결된다. 건축가들은 이를 “재료와 맥락 사이에 의도된 모호성을 조성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하며, 표준화된 상업 디자인 프로세스에 문제를 제기한다. 건설과 소비라는 숨겨진 풍경을 가시화함으로써, 본 프로젝트는 건축을 통해 사회 참여와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제안한다. 의도적으로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공간은 경계보다 흐름을, 폐쇄보다 투명함을 지향하며, 스팩트럼(SpActrum)이 말하는 “분화되기 전의 유년기적 기쁨”을 환기시킨다. 즉, 전문성이나 행동의 경계가 생기기 이전의 자유로운 상태이다. 이들은 좋은 디자인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믿는다. 산업 재료로 재탄생한 오브제와의 만남은 사용자로 하여금 그것의 기원과 목적, 삶과의 연결성에 대해 질문하도록 유도하며, 공간은 ‘건축적 도발’로 기능한다.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겠다는 선언은 아니지만, 이러한 각성된 호기심이 사회적 인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889GLO는 제안한다. 공간 디자인을 통해 물질 세계를 재해석하고, 이를 유지하는 구조에 대한 이해를 다시 구성하는 것이다.
건축가 스펙트럼(SpActrum)
위치 중국, 상하이, 징안구, 창서우루 889번지, 4층
용도 전시공간
건축면적 930㎡
규모 지상 1층
준공 2025. 4.
대표건축가 YanPan
프로젝트건축가 YanPan
디자인팀 YueZhang, ZhenLi
인테리어 Sp Actrum
발주자 889GLO
사진작가 SFAP, SpA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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