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lley Homestay in Linggen Village
산바람과 빛이 머무는 자리: 링건 마을 주택 재생 프로젝트
중국 저장성 아오지앙진의 북서쪽 산자락을 타다 보면, 전형적인 산골 동네인 링건 마을이 나타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 마을에서도 가장 깊숙한 골짜기 안쪽에 자리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고 돌아 ‘여기가 길의 끝인가’ 싶을 때쯤 갑자기 방향을 틀면, 거짓말처럼 시야가 탁 트이며 계곡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I. 첫인상: 산세에 나지막이 얹힌 구조
처음 현장을 찾았을 때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건 건물이 산을 대하는 태도였다. 지형의 경사를 그대로 따라가며 한 계단씩 단을 높여 올린 덕분에,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리듬감이 느껴졌다.
가장 높은 층의 테라스와 객실에 서면 탁 트인 논밭과 저수지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건물 뒤편으로는 산등성이를 따라 은행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데, 가을이면 온통 황금빛으로 변해 건물 뒤를 아늑하게 감싸 안는다.
여기에 기존 건물에 있던 오래된 석축 옹벽과 문양 벽돌들을 그대로 살려두었다. 오랜 세월을 버틴 거친 질감 위로 매 순간 빛과 그림자가 다르게 떨어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좋은 설계 영감이 되어주었다.
II. 동선: 끊어진 흐름을 잇는 순환로
원래 이 건물은 층과 층을 잇는 계단실이 뚝뚝 끊어져 있어 안팎으로 드나들기가 참 불편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동쪽에 조형적인 계단을 새로 놓았다. 1층부터 3층까지 동선이 막힘없이 하나로 흐르도록 판을 새로 짠 것이다.
동선이 시원하게 뚫리면서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문을 열고 들어와 걷고, 멈추고, 시선을 던지는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탄다. 안팎이 유기적으로 교차하고 복도를 지날 때마다 발소리와 산바람이 섞여 공간에 생기가 돈다. 중정, 복도, 창, 테라스를 거치는 동안 방문객은 이 깊은 골짜기의 계절감을 온전히 피부로 느끼게 된다.
III. 리노베이션: 공간을 살리는 네 가지 디테일
- 쓰임새에 맞춘 배치
입구에는 카페를 겸한 리셉션을 두어 누구든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볕이 잘 드는 남쪽에는 북 라운지와 식당을 배치해 안에서도 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동쪽 주방은 관리 동선과 바로 연결해 일하는 사람의 편의를 도왔고, 객실은 층별로 독립성 있게 나누되 3층은 가족들을 위한 복층 스위트룸으로 꾸몄다. 마당의 수영장과 모래사장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고, 새로 다듬은 테라스는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쉬어가기 적당하다. - 풍경을 담는 복도
구조를 가볍게 덜어낸 외부 복도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친 산세와 정제된 내부 공간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완충지대이자, 이 공간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전이 공간이 된다. - 지붕을 열고 빛을 들이기
기존의 한쪽으로 치우친 외경사 지붕은 시각적으로 위태로워 보였고 방 배치도 단조로웠다. 그래서 과감히 3층 지붕을 뜯어내고 층고를 높여 시원한 복층 구조로 바꿨다. 북쪽으로 낸 통창으로는 은행나무 숲이 액자처럼 담기고, 다락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트리하우스 같은 정취를 풍긴다. 외관의 비례가 안정적으로 잡힌 것은 물론이다. 또 하나, 예전에 어둡고 답답했던 1층 옹벽 구간은 2층 바닥 슬래브를 일부 뚫어 천창을 만들었다. 이제는 위에서 빛이 쏟아져 내리며 거친 암석의 입체적인 질감을 멋지게 부각시킨다. - 빛의 길잡이
옛 건물의 흔적인 타공 벽돌 벽은 그대로 살렸다. 벽돌 틈새로 걸러진 햇빛이 내부 바닥과 벽면에 독특한 기하학적 음영을 드리운다. 3층의 접힌 벽면은 한 공간 안에서 따뜻한 빛과 차가운 빛이 오묘하게 교차하도록 유도한 장치다. 복도를 따라 놓인 그릴 캐노피와 유리블록 창 역시 자연광을 안으로 끌어들이며 건물 곳곳에 시간의 궤적을 남긴다.
마치며
사실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정교한 계획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디자인도 없는 상태에서 덜컥 공사부터 들어갔던 현장이었다. 다행히 건축주가 맹목적인 진행을 제때 멈춰준 덕분에, 우리는 골짜기 속에 묻힐 뻔한 투박한 원석을 다듬을 기회를 얻었다.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을 바라보며, 은행나무 숲과 먼 산봉우리를 마주한 채 서 본다. 건축은 그저 벽을 세우고 방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과 자연이 대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링건 마을의 이 자그마한 스테이는 그렇게 산속의 삶을 채워가는 담백하고 시적인 일기가 되어가고 있다.












































건축가 와이에이디 스튜디오(y.ad studio)
위치 중국, 저장성
설계기간 2021. 12 – 2022. 05
시공기간 2022. 06 – 2024. 01
디자인팀 Yan Yang, Zhao Siyuan, Yan Yu
발주자 개인 (Private)
사진작가 SCH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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