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yekikék
포도나무 행렬과 와인 압착실이 만드는 특유의 리듬이 풍경을 지배하는 에트예크의 외레그헤지 언덕. 이곳 과수원 나무들 사이로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이색적인 건물이 있다. 멀리서는 그저 독특한 청백색 패턴을 지닌 두 동의 매스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헬로 우드(HELLO WOOD)의 최신 프로젝트인 '에트예키케크'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이 캐빈 하우스들의 가장 큰 특징은 목구조 위에 입힌 청백색 타일 외피다. 지역의 전통적인 슈바벤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큰 숙제는 건물을 지역의 전통적인 건축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일이었다. 헬로 우드 팀은 법적 의무 사항이었던 타일 마감을 콘셉트의 핵심으로 격상시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구현해 냈다. 타일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한 것이다. 건물 전체를 덮은 청백색 패턴은 아날로그 픽셀 아트처럼 생생한 입체감을 준다. 멀리서 보면 균일한 질감의 텍스처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속에 숨겨진 깊은 문화적 층위가 드러난다. 타일 패턴 속에 정교하게 뒤엉킨 튤립과 포도 모티브는 이 지역에 살던 슈바벤 공동체와 헝가리 공동체가 수백 년 동안 평화롭게 공존해 온 역사를 상징하며, 지역의 정체성에 바치는 건축적 오마주다.
두 캐빈의 파사드는 동일한 패턴 시스템을 공유하지만 색상을 서로 반전시켰다. 마치 필름 네거티브와 같은 시각적 대비를 이루는 구조다. 이러한 시각적 장치는 내부 공간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외부로 노출된 구조용 집성판(CLT) 목조 구조의 자연스러운 질감은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수공예적 표면, 맞춤 제작된 오브제들과 조화를 이룬다. 에트예크의 와인 문화는 이처럼 인테리어 디자인 속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과하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특히 유백색 와인병을 재활용해 만든 조명 기구와 오브제들은 지하 와인 저장고의 정취를 환기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현대 공예품으로서 독특한 존재감을 발한다. 와인병을 통과해 여과된 빛은 실내에 부드고 독특한 음영을 만들어내며, 건축뿐만 아니라 공간의 공기감을 통해서도 이 장소가 가진 장소의 영혼(genius loci)을 온전히 느끼게 한다.
에트예크는 고요한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이 와인 지역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강화하는 장소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주변 환경의 성격과 분위기, 스케일을 존중하며 느리고 조용한 관광의 가치를 몸소 보여준다. 이에 따라 에트예키케크는 건축적 형태와 운영 방식 모두에서 전통을 예우하며, 대지가 지닌 특수성에 기민하게 대응한다. 단순한 숙박을 넘어 에트예크라는 장소, 즉 와인 생산지, 지역 문화, 포도밭의 완만한 호흡, 그리고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평온하고 진정성 있는 경험과 진정으로 교감하고자 하는 투숙객들을 위한 공간이다.
단지는 규모가 다른 두 동의 캐빈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20㎡ 규모의 작은 유닛이며, 다른 하나는 온전한 침실을 포함한 26㎡ 규모의 큰 유닛이다. 두 건물 모두 7㎡ 크기의 다락과 10㎡ 규모의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작은 캐빈은 2인용 휴식처로 아늑하게 기획되었고, 큰 캐빈은 최대 4인까지 수용할 수 있다. 편의 시설은 동일하다. 각 동마다 프라이빗 스파 욕조가 마련되어 있으며, 사우나는 공용으로 사용하여 휴식을 돕는다. 이 캐빈들은 기존 헬로 우드의 모듈러 캐빈 모델인 '카빈카(Kabinka)'의 발전된 형태로, 이전 개념에서 얻은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건물의 배치에는 대지가 가진 선형적 특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좁고 긴 필지 특성을 고려하여 두 캐빈을 서로 어긋나게 배치했다. 덕분에 두 동의 파노라마 테라스 모두 포도밭과 자연 풍경을 가로막힘 없이 온전하게 조망할 수 있다. 동향으로 배치된 창을 통해 매일 아침 떠오르는 첫새벽의 빛이 실내 깊숙한 곳까지 따스하게 채운다. 조경 관점에서는 대지에 본래 존재하던 과수원의 유실수들이 사이트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잘 가꾸어진 과수원은 본래의 기능을 계속 유지하며, 이곳에서 수확한 과일은 지역 내에서 소비된다. 전통 방식을 통해 체리와 배로 잼을 만들며, 이를 통해 대지는 자연적, 문화적, 기능적 가치를 동시에 보존하고 경작과 소비의 과정을 하나의 유기적인 순환 체계로 통합한다.
문화와 미식, 그리고 자연 속에서의 휴식을 찾는 이들을 위해 에트예키케크는 지난 3월부터 게스트를 맞이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헬로 우드 리조트가 에트예크에서 전개하는 숙박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조성되었으며, 뒤이어 5월에는 '타비브 하즈(Taviv Ház)'가 문을 열며 이 지역의 프리미엄 숙박 옵션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결국 에트예키케크가 가진 독창성은 단순히 건축적 형태나 재료의 사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통과 현대 디자인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의 철학 그 자체에 있다. 이웃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고요한 환경, 포도밭으로 열린 파노라마 조망, 지역 와인 문화의 물리적 근접성, 그리고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장인 정신의 디테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소의 과거를 되짚는다. 동시에 에트예크 고유의 정체성과 유산을 존중하는 지속 가능한 농촌 관광의 미래를 제시한다.















건축가 헬로 우드(HELLO WOOD)
위치 헝가리, 에트예크, 외레그헤지
용도 숙박 시설
대표건축가 Péter Oravecz, András Huszár
프로젝트건축가 Péter Oravecz
디자인팀 Ádám Bedrossian, Vencel Huiber, András Huszár, Dávid Ráday, Krisztián Tóth
인테리어 Ádám Bedrossian, Péter Oravecz, Anikó Varga
시공 HELLO WOOD (Csanád Karskó, Szabolcs Ács, Zoltán Szabó)
발주자 Hello Wood Resorts
사진작가 György Palk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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