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Project/Multifamily

그리드 속에 채워진 507개의 일상 / 아트리움 아르키텍티


KOSMALT

 

코스말트(KOSMALT)는 원래 1960년대 건축가 라디슬라프 그레치(Ladislav Greč)와 로베르트 칸드리크(Róbert Kandrík)가 설계한 코시체(Košice) VSŽ 제철소의 최대 규모 근로자 기숙사였다. 건물의 이름은 당시 제철소의 특산품이었던 법랑강(Enameled steel)의 종류에서 따왔다. 코시체의 테라사(Terasa) 주거 단지에 위치한 이 건물은 특유의 실루엣과 개성 있는 입면 덕분에 도시의 풍경을 지배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왔다.

이번 리모델링은 내외관 전체를 아우르는 전면적인 작업으로, 건물이 가진 본래의 정체성과 가치를 회복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주거 기준에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건축가들은 20세기 후반에 지어진 실용주의 목적의 건물이라 할지라도, 섬세하게 손질한다면 도심 속에서 충분히 매력적이고 온전한 주거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13층 규모의 이 건물은 엄격한 구조적·공간적 그리드로 짜여 있으며, 이는 외관의 형태를 결정짓는 바탕이 된다. 콘크리트 프리캐스트 모듈이 만드는 기하학적 격자는 건물에 독보적인 인상을 부여한다. 특히 동측과 서측 입면을 채운 22×13개의 정형화된 모듈 격자는 이번 리모델링의 핵심 모티브가 되었다. 설계는 이러한 정형성의 원칙을 존중하는 데서 나아가, 이를 건물의 가장 강력한 건축적 요소로 전면에 내세웠다. 외벽에 입힌 모노크롬 그레이 색상은 구조물의 거대한 볼륨감과 구성의 순수성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또 다른 축은 수십 년 동안 마감재 아래 묻혀 있던 초기 자재와 디테일을 찾아내 복원하는 일이었다. 공용 복도와 계단실의 기존 테라초 바닥, 현관 로비의 대리석 벽면, 외벽의 트라버틴 기단, 공용 공간의 철골 보를 비롯해 로비의 스틸 갤러리와 계단 등이 보수 과정을 거쳐 제 모습을 찾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새로 덧붙인 요소들은 익스팬디드 메탈, 골강판, 맞춤형 조명, 강렬한 포인트 컬러 등 현대적인 조형 언어를 사용했다. 이로써 과거와 현재의 부재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명확하게 대비되면서도 건축적으로 긴밀한 균형을 이룬다.

건물은 리모델링 후에도 본래의 주거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 평면 구성은 기존 구조의 논리를 따르면서도 공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향으로 계획되었다. 가장 큰 과제는 과거의 획일적인 기숙사 방을 오늘날의 삶의 질에 부합하는 양질의 독립된 주거 유닛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분석 결과 21㎡ 규모의 콤팩트한 'XS 레이아웃'은 1인 가구는 물론 부부 가구의 생활까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원하게 뚫린 창과 발코니, 특히 고층부에서 바라보는 도시 조망은 소형 평형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개방감을 준다. 건물 안에는 이러한 주거 유닛이 총 507세대 들어서 있다.

개별 세대의 아담한 규모와 달리, 진입 로비와 복도, 수직 동선 등은 시원하고 격식 있는 볼륨으로 연출되었다. 풍부한 자연 채광과 탁 트인 시야, 여유로운 비례 덕분에 공용 공간은 13개 층 전 층에서 입주민들이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의 성격을 띤다. 대칭으로 배치된 두 개의 계단실은 과거 남성 구역과 여성 구역으로 나뉘어 작동했던 건물의 역사적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건물 내부의 길 찾기 시스템(Wayfinding) 또한 색상과 기호를 기반으로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살몬, 아이보리, 옐로우 색상과 함께 더하기(+), 빼기(-) 기호를 활용해 복도의 각 날개 구역을 직관적으로 구분함으로써, 방문객이 복잡한 평면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코스말트는 애초에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가변형 건물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지만,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구조 내에 유연성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성 조건에서 흔치 않은 시도로, 기존 건축물을 섬세하게 변화시키는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주류 건축 전략으로서 좋은 본보기를 제시한다.

과거 이 건물은 독신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환경을 제공하고 사회적 통제를 목적으로 기능했던 사회주의 체제의 기숙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 구조물은 완전히 달라진 사회적 맥락 속에서 거주자의 개별성과 존엄을 지켜주는 현대적인 주거 형태로 새롭게 태어났다. 코스말트의 이러한 변화는 건축이 다양한 시대적 요구에 어떻게 유연하게 적응하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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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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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입면도
엑소노메트릭 1
엑소노메트릭 2
평면 유닛 컨셉 다이어그램 1
평면 유닛 컨셉 다이어그램 2

 

 

건축가 아트리움 아르키텍티(Atrium Architekti)
위치 슬로바키아, 코시체
용도 공동주택(기숙사 리모델링)
대지면적 3700㎡
건축면적 1695㎡
연면적 15625㎡
시공기간 2021-2025
준공 2025
대표건축가 Michal Burák, Dušan Burák, Jana Varchola Buráková
프로젝트건축가 Tomáš Eisner
디자인팀 Matúš Gomolčá
인테리어 Atrium Architekti
구조엔지니어 Erik Duhaň, Michal Varga
기계엔지니어 Štefan Petkanič
전기엔지니어 Erik Špak
시공 Chemkostav
사진작가 Matej Haká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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