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ZH : 골목에서 시작되는 여정, 문화를 키우는 도시
페즈(FEZH)는 모로코의 가장 오래된 도시, 페즈 올드 시티(Fes El Bali)에서 영감을 받았다. 열 채의 집이 하나의 단위로 묶여 공동의 빵집과 우물을 함께 사용하며, 이 최소 단위의 삶이 모여 도시를 이루는 구조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FEZH 역시 힐링을 위한 커뮤니티 필수 요소들을 한데 모아 ‘최소 단위의 도시’를 이루고자 했다. 광장, 갤러리형 매장, 음악과 책을 위한 라이브러리, 리트릿 공간, 주말 마켓 같은 다양한 공유 시설을 통해 하나의 작은 도시로 기능한다. 이름 또한 도시 페즈(Fez)에 힐링(Healing), 그리고 한남동(Hannam-dong)을 상징하는 H를 더해 탄생했다. 한남동 골목의 잔잔한 흐름 속에 자리 잡은 FEZH는 도시와 사람, 자연이 교차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가장 작은 도시”이다. 이 공간은 단순히 건축물 이상의 존재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며 치유와 관계의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FEZH는 한남동 골목길 속에서 도시가 품어야 할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고,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라나는 도시의 미래를 제안하고자 한다.


도시의 중심에서 시작된 여정 : 보이드 광장
FEZH의 설계는 도시와 자연,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물리적 공간에 구현하고자 한 시도에서 출발했다. 건축주는 첫 만남에서 “한남동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뢰를 건넸다. 이 터는 건축주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의 사옥으로 오랜 시간 사용되었기에 동네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태와 한남동 골목의 문화를 깊이 관찰해왔다. 한남동은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문화적 변화를 맞이했고, 오늘날 이곳은 젊은 세대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한남동의 맥락 속에서, FEZH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이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것이 중심부의 보이드(Voided Space) 광장이다. 지하 1개 층과 지상 1개 층을 잇는 이 비움의 공간은 단순한 건축적 장치가 아니라, 도시와 사람, 자연을 연결하며 열린 쉼터로 기능하는 공간이다. 또한 이 보이드 광장은 자연광과 바람이 통과하며, 방문객들이 도시의 속도에서 벗어나 잠시 머물며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통로가 아닌, 사람들의 관계와 경험이 시작되는 “문화적 심장부”로 설계되었다. 마치 오래된 도시의 광장이 사람들을 모으고 소통을 이끌어내듯, FEZH의 보이드 광장은 다양한 활동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중심 공간이자, 도시의 유기적 성장의 시작점이다.



탐험과 발견의 여정
FEZH의 동선은 탐험과 발견의 기쁨을 건축적으로 구현하고자 설계되었다. 건물 내부의 수직적·수평적 동선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방문객은 각 접점마다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기능적 이동을 넘어, 마치 오래된 도시의 골목을 탐험하며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FEZH는 탐험과 발견의 동선 속에서 사람들에게 공간적 여정을 제공한다. 각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은 FEZH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갈 것이다.


미나앤 폴(Mina & Paul)
보이드 광장에서 출발한 방문객은 지하로 내려가 커뮤니티 광장인 디스퀘어(D‑SQUARE)에 도달하게 된다. FEZH의 전면 입구는 디스퀘어와 도로면이 같은 레벨로 설계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간 안으로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곳은 한남동 주민들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다 잠시 들러 쉴 수 있는 장소이자, 외지인도 가볍게 들려서 분위기에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했다. 디스퀘어(D‑SQUARE)라는 이름은 FEZH의 모회사인 디지털다임(digitalDigm)의 약자 ‘D2’에서 비롯되었으며, 광장 (Square), D의 제곱 등 다중적 의미를 부여했다. 광장 한편에는 까페 미나앤폴(MINA & PAUL)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사람들 간의 교류와 문화적 연결의 출발점이 되는 공간으로, 디투 인터랙티브 사옥에서 함께했던 두 마리 반려견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추억을 담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 공간에 카페가 자리잡게 되었다. 반려견 동반시 쿠키와 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반려견이 마실 수 있는 음료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블루캣(Bluecat)
블루캣(BLUE CAT)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운영하던 재즈 킷사 ‘Peter Cat’에서 영감을 얻은 공간으로, 그가 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쓸 법한 곳을 상상했다. 인테리어 역시 하루키와 깊은 연관이 있다. 소설의 책장을 넘기는 듯 디자인된 바 수납장,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 그가 좋아하던 올드팝과 재즈 명반들, 그리고 음향 시스템까지 모두 하루키의 감성을 반영했다. 음향은 하루키가 젊은 시절부터 즐겨 들었던 JBL 빈티지 스피커와 동시대의 앰프를 조합해, 그 시절의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와 함께 1년 넘게 튜닝 작업을 거쳤다. 블루캣은 혼자 와도, 혹은 누군가와 함께 방문해도 좋은 공간으로,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동네의 서재 같은 곳이다. 매주 금요일에는 게스트 디제이가, 토요일에는 재즈 밴드가 초청되어 음악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보텍스 갤러리(Vortex Gallery)
보텍스 갤러리는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광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수직 동선이 교차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내부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전시 공간은 조명을 따라 퍼즐을 맞추듯 감상하도록 디자인되었으며, 주로 브랜드 팝업과 고객 행사에 사용된다. 비어 있는 기간에는 오픈 갤러리로 운영되어 아티스트 작품을 전시하고, 콘서트, 재즈 공연, 패션 디자이너의 스테이지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된다. 궁극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

헤븐(Heaven)
보텍스 갤러리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하늘을 마주 할 수 있는 포켓 가든 헤븐이 나온다. 포켓 가든을 포함해 광장, 수공간 등 조경은 한정된 도심 공간 속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생태 공원을 만들고 싶었다. 생태공원을 즐기며 안쪽으로 들어오면 티하우스가 나오는데 이곳은 이곳은 요가 리셉션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유기농 티를 판매하는 곳이다. 발효 음료인 콤부차와 와인도 티하우스에 마련된 바 또는 생태 공원에 비치된 테이블 어디에서든, 산책을 하며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까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
스페인어로 ‘물의 집’을 뜻하는 까사델아구아는 명상, 요가 등 힐링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리트릿 스페이스이다. 입구의 벽천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창밖에는 수공간을 조성해 찰랑이는 수면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람의 최대 시야각을 고려해 설계한 160도 스크린과 컨트롤이 가능한 중앙 천장 조명을 통해 몰입을 부르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100년이 넘은 편백나무를 사용해 숲의 향기를 심은 것도 도심 속에서 자연을 경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한 부분이다.


재료의 선택 : 골목의 기억과 감각을 담다.
FEZH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는 한남동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건축 재료로 벽돌과 나무를 주재료로 선택하였다. 벽돌은 시간이 만든 흔적을 상징하고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통해 FEZH를 더욱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로 만들 것이고 오래된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다.
벽돌 자체가 가진 흙의 질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국내의 벽돌공장에서 몇번의 실험 끝에 지금의 질감과 색감을 끌어냈다. 또 다른 주재료인 나무는 부드럽고 따뜻한 표면 감과 자연스러운 질감을 더한다. 나무는 표면을 탄화시켜 나무 자체의 깊이감을 줌과 동시에 나무 자체의 색이 변하는 시간을 조금 천천히 하고자 한 의도이다. 이러한 재료의 조합은 방문객에게 시각적, 촉각적 친근함을 제공하여, 도시와 자연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이어줄 것이다.
FEZH의 이러한 재료 선택은 단순히 미적 요소를 넘어, 공간이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감각을 전달하도록 의도되었다.
골목 구석구석 탐험하며 발견하는 재료의 다양성과 따뜻함은 FEZH가 한남동의 맥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돕는 요소가 될 것이다.

도시를 키우는 유기체 : 문화와 영감의 뿌리
FEZH는 도시를 단순히 기능적 구조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생명체로 바라본다. 도시라는 유기체는 사람이라는 세포가 모여 관계를 맺고,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으며 스스로 확장해 나간다.
FEZH는 이러한 유기적 과정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작은 실험 도시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의 경험과 문화를 나누며, 새로운 영감이 창조되는 장소가 되고자 한다. FEZH에서 생성된 문화와 영감은 마치 자양부처럼 한남동이라는 지역 전체에 퍼져, 동네의 정체성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것이라 기대한다.
이 작은 도시는 단순히 방문객들을 수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이야기가 FEZH의 진정한 설계 요소이다. 이곳은 문화를 키우는 토양이자, 사람과 도시가 함께 성장해가는 플랫폼인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무엇인가?
FEZH는 골목길에서 시작되어 여정을 통해 도시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무엇인가?”
도시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집합이 아닌 사람과 문화, 자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함께 성장하는 생명체이다. FEZH는 이러한 도시의 본질을 탐구하며,
사람들에게 발견과 여정, 그리고 관계와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 작은 도시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가 품어야 할 가치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FEZH를 탐험하며
도시와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느끼게 될것이고,
그 자체로 도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작은 창이자, 도시의 성장 가능성을 제안하는
플렛폼으로써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건축가 itm 유이화건축사사무소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 11길 41
용도 문화시설
대지면적 480㎡
건축면적 287.89㎡
연면적 1,195.55㎡
규모 지하 3층, 지상 4층
준공 2024
대표건축가 Ehwa Yoo
구조엔지니어 Jin Structure Engineers
기계엔지니어 SEOWON Energy & Environment CO., LTD.
전기엔지니어 HANKOOK TEC
조경 The Garden
조명 Bitzro&partners
사진작가 Yongkwan Kim, Jeon Hy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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