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dang Mountain Visitor Center

2023년 겨울, 모광스튜디오(Moguang Studio)는 후베이성 십연시의 롱왕거우 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 단지 내 공용 편의시설을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 이 작은 건물은 가벼운 다이닝과 카페, 미팅룸 등 여러 용도를 아우르는 복합공간으로 계획되었다. 대전저수지로 이어지는 협곡 끝자락, 완만한 구릉과 물길이 교차하는 풍경 속에 자리하며, 주변 자연지형과의 연속성이 중요한 전제가 되는 장소였다.

하지만 현장을 처음 찾았을 때 마주한 풍경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원래는 계곡으로 이어지던 지형이 이미 인위적으로 깎여 여러 단차의 테라스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농촌 지역의 개발에서 종종 발생하는 상황처럼, 기반시설 공사가 건축 계획보다 앞서 진행되면서 건축가는 완성된 지형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설계를 시작해야 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지형 흐름과 건축적 공간성을 제약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공사장 가림막이었다. 멀리서 보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순도 높은 파란색의 수평선처럼 보였고, 마치 크리스토 & 잔 클로드의 랜드아트 설치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금속 패널과 나사, 손으로 작업한 흔적들이 추상적인 인상 속에 현실감을 더했다. 지형을 따르지 않고 직선으로 뻗은 이 파란 금속선은 인위적 단면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양쪽 언덕 사이에 기이할 만큼 명확한 ‘인공 계곡’을 만들어냈다.

이 수평선은 마침 테라스의 경계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건축가는 이 우연한 장면을 새로운 풍경의 경계로 해석하며, 땅을 따라 길게 삽입되는 선형 건축을 도입했다. 원래의 추상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풍경의 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예산 제약 속에서 작은 규격의 목재 대신 150mm 폭의 마감 목재 데크판을 거푸집으로 사용해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이는 예상보다 더 강한 방향성과 촉감을 건물 표면에 남겼다. 추상적인 조형 언어 속에서도 재료의 물성이 은근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건물 내부는 수평과 수직의 요소가 교차하며 프로그램을 담는 두 번째 경계면을 형성한다. 세 개의 라이트 코트(light court)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간과 연결되어, 햇빛과 그림자, 바람과 나무의 움직임을 프레임처럼 받아들인다. 그중 7.5m³ 규모의 이중 높이 중정은 주방, 다이닝, 미팅룸을 수평으로 엮고, 위아래로는 하늘과 땅을 잇는 공간의 심장부 역할을 한다. 실내 바닥에는 콘크리트의 질감에 가까운 에폭시가 사용되어 안팎의 연속된 감각을 강화했다.

건물이 ‘땅에서 떠 있는 듯한’ 가벼움을 갖기 위해, 지붕과 바닥은 리브 슬래브(ribbed slab) 구조로 이루어진 하나의 3차원적 콘크리트 셸로 만들어졌다. 양끝의 계단 코어와 전단벽, 횡으로 배열된 벽체들이 하중을 지지해 기둥 없는 넓은 공간을 실현했고, 비내력 벽 구간에는 가급적 수평 창을 도입해 투명성을 높였다. 지붕 위에는 얇은 반사 수조를 두어 건물의 부피감을 줄이고, 주변 산세와 저수지의 수평선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풍경 요소로 삼았다.

전체 콘크리트는 일체 타설로 이루어졌고, 처짐을 줄이기 위해 지붕과 바닥에는 미세한 캠버(camber)가 설계되었다. 자연이 고유한 불규칙성을 지니고 있다면, 이 건물은 그 속에서 절제된 기하학의 질서를 새롭게 세우는 장치에 가깝다.

테라스 위로 이어지는 가로결 목리, 비워진 중정, 돌출된 슬래브들은 건물이 주변 지형을 추상화한 작은 풍경처럼 읽히게 한다. 거칠게 남은 파란 가림막의 우연성과 달리, 이 건물은 정교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인간의 흔적을 새긴다. 같은 장소에서 ‘임시적 요소’와 ‘영속적 건축’, ‘우연’과 ‘의도’가 나란히 존재하며 조용한 긴장을 형성한다.

 

 

건축가 모광스튜디오(Moguang Studio)
위치 중국, 후베이성 십옌시 우당산
건축면적 450㎡ 
준공 2024. 5.
디자인팀 Li Jiaying, Feng Xin
구조엔지니어 Ma Zhigang
사진작가 Wu Qingshan


마실와이드 | 등록번호 : 서울, 아03630 | 등록일자 : 2015년 03월 11일 | 마실와이드 | 발행ㆍ편집인 : 김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지희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8길 45-8 1층 | 발행일자 : 매일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