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Project/Single Family

지형의 결을 따라 숲의 품으로 내려앉은 유기적 시퀀스 / 아르키텍투라


Jevany Villa

 

가문비나무 숲과 경사지, 거대한 나무둥치가 빚어내는 풍경, 그리고 옛 건물이 헐린 자리에 남은 터. 그 위로 새와 고라니가 노닐고 햇살이 산란하며, 아래로는 호수의 수면이 일렁인다. 진입로는 대지 상단 끝자락에 맞닿아 있다. 도로에서 보면 집은 단층처럼 낮게 깔려 작고 눈에 띄지 않지만, 정원 쪽에서 바라보면 2층 높이로 시원하게 열린 거대한 매스로 급변한다. 자동차는 지붕 위에 세운다. 건물의 형태는 지형의 경사와 건축주의 공간적 요구를 충실히 따랐다. ‘토르소(Torso, 몸통)’라 불리는 중앙 계단실은 주간 영역인 서쪽 윙과 야간 영역인 동쪽 윙을 유기적으로 잇는다. 설계의 핵심은 숲이라는 경관 속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시각적 축’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녹색의 숲과 대비되는 적색을 보색으로 활용했으며, 하나의 유기체로 완성된 이 집은 숲의 일부로 동화된다.

제바니 빌라는 단독주택들이 띄엄띄엄 자리한 울창한 산림 지대에 위치한다. 본래 숲이었던 대지는 세로로 길게 뻗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부 숲길과, 울창한 수목에 가려진 채 연못을 따라 흐르는 하부 산책로가 대지의 경계를 이룬다. 이 특별한 부지를 위해 건축주는 산업적 감성이 묻어나는 현대적인 주택을 원했다. 건축주는 인근에 진행된 프로젝트를 보고 건축가 다비드 크라우스(David Kraus)를 낙점했다.

북에서 남으로 떨어지는 경사 지형과 상부 진입 방식은 설계의 결정적 단서가 되었다. 넓은 대지 안에서 건물을 가장 적절한 위치에 안착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기존 가옥을 철거하자 도로에서 약 3.6m의 단차가 있는 터가 드러났다. 대지 아래로 10m 넘게 뻗은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거대한 조각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인접 도로에서 약 5m를 뒤로 물려(Setback) 넉넉한 진입 광장과 지붕 테라스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집의 향은 방위와 조망에 정직하게 대응한다. 남쪽의 숲을 향해 전면적으로 개방되는 반면, 북쪽 도로 측으로는 폐쇄적인 태도를 취한다. 북측 상부에서 보면 집은 경사지 속에 파묻혀 있다. 도로에서는 단층으로 인식되어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정원 쪽 모습은 반전이다. 높은 층고와 전면 유리를 통해 압도적인 개방감을 드러낸다. 카포트에서 내려와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숲을 향한 시각적 축과 하강의 시퀀스가 이 집의 핵심이다. 생명체의 견고한 척추와 같은 중앙 계단실은 동측과 서측의 윙을 긴밀하게 연결한다.

공간은 다섯 가지 레벨로 구분된다. 도로 레벨에는 덮개가 있는 주차장과 중앙 진입로, 서재가 있는 밝은 구역이 배치되며, 아래쪽 숲 레벨에는 주간 및 야간 주거 구역이 자리한다. 진입로는 지붕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톱날형 지붕(Sawtooth roof)으로 덮인 테라스는 이 집의 산업적 성격을 단번에 드러낸다. 세 개의 '톱니'는 주차 공간을, 나머지 하나는 주 출입구를 상징한다. 날것의 적색 강구조로 만든 지붕 아래 다양한 색상의 차량이 놓이는데, 이는 주거라는 진지한 테마에 경쾌한 활력을 더한다. 주차 방식에 따라 풍경이 매번 다르게 변하는 점도 흥미롭다.

진입 공간은 집의 모든 층을 잇는 중심축이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높은 나무들의 실루엣과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숲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불규칙하게 분할된 유리창은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매립형 조명이 설치된 직선형 계단이 공간의 중심을 잡고, 거주자는 3.5m 높이의 보이드 공간을 지나 거실로 동선을 유도하는 곡선 벽체를 따라 하강한다. 외부에서 볼 때 이 곡선은 각진 건물의 실루엣 속에서 이질적이면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도로 레벨에서 몇 단계 낮은 곳에는 서재가 있다. 이곳은 게스트룸이나 운동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숲을 향해 열려 있는 동시에 아래쪽 거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시각적 연결성을 갖췄다.

주간 영역은 생활, 조리, 휴식을 위한 거대한 중앙 공간이다. 이 웅장한 공간은 주변 환경과 시각적으로 완전히 결속되어 있다. 적색 강재 창호 구조는 나무들의 불규칙한 녹색 실루엣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핵심 디자인 요소다. 거실은 두 개 층 높이로 탁 트여 있으며, 상부를 바라보면 거푸집 자국이 선명한 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검은색 조명들이 날것의 미학을 완성한다. 침실이 있는 야간 영역은 흰색 빌트인 수납장이 설치된 긴 복도를 통해 거실과 연결된다. 대형 드레스룸과 욕실을 갖춘 안방, 그리고 자녀방들은 모두 숲의 조망과 직결된다. 복도 끝은 정원으로 바로 이어지는데, 이는 훗날 장성한 자녀들을 위한 독립적인 출입구로 활용될 수 있다.

재료 측면에서 이 집은 적색 강구조와 흰 벽, 검은색 액센트가 지배하는 가감 없는 주택이다. 주방은 다채로운 색상을 띠며, 붉은빛 석재 상판은 검은색 선반, 흰색 문, 바닥 위에 떠 있는 강철 벽난로와 감각적인 대비를 이룬다. 인테리어는 건축가의 의도를 깊이 이해한 얀 발터(Jan Waltr)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정원은 자연이 스스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인위적인 개입은 테라스와 진입로 등 건물 주변부로만 제한했다. 철거 과정에서 발견된 거대한 바위들을 그대로 두거나 재배치하여 환경의 일부로 수용한 점이 특징이다. 대지는 울창한 나무들 덕분에 외부 시선으로부터 보호받는 동시에, 하부의 숲과 연못을 향해 완전히 열려 있다. 숲이라는 환경은 그 자체로 역동적인 삶의 프레임이 되며 집을 풍경과 직접 결속시킨다. 유기체로서의 집은 숲의 일부다.

“이 집은 건축주의 열린 마인드와 상호 신뢰, 즐거운 협력, 그리고 시공사의 집요한 정밀함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다비드 크라우스)

더보기



 

건축가 아르키텍투라 (Architektura)
위치 체코, 제바니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027 ㎡
건축면적 218 ㎡
연면적 338 ㎡
규모 지상 2층 (도로 측 단층, 정원 측 2층 구성)
건폐율 7.2%
용적률 11.2%
설계기간 2021
시공기간 2021-2025
준공 2025
대표 건축가 David Kraus
프로젝트 건축가 Miroslav Styk
인테리어 Jan Waltr
구조엔지니어 KR projekt (Kateřina Ryvolová)
시공 Radek Trojánek
사진작가 Matej Haká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