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yń Museum, Warsaw

 

바르샤바의 19세기 요새인 Warsaw Citadel은 오랫동안 도시로부터 단절된 공간이었다. 최근 이곳은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의 박물관·기념 단지로 재편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자리한 이 프로젝트는 건축이 ‘어려운 기억’을 어떻게 공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프로젝트다.

카틴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 중 22,000명의 폴란드 장교와 공직자가 학살된 사건으로, 폴란드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박물관의 목표는 단순히 사건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 개인을 기억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비비지케이 아르히텍치는 기존의 요새 건축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박물관은 19세기 군사 시설인 Caponier를 포함한 세 개의 역사적 건물에 계획되었으며, 기존 건축물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덧입힌다.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군사 요새 안에 ‘숲’을 상징적으로 재현함으로써, 학살이 벌어졌던 카틴 숲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온다.

 

설계의 핵심은 ‘침묵과 사색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벽돌, 회벽, 콘크리트와 같은 절제된 재료가 사용되었고, 공간은 서사적 흐름을 따라 구성된다.

전시는 두 개 층으로 나뉜다. 아래층은 역사적 사실과 발굴 유물을 통해 사건을 설명하고, 윗층은 희생자 가족의 개인적 비극을 다루며 보다 내밀하게 성찰의 공간이 구성됐다.

 

단지 중앙에는 100그루의 나무가 식재된 상징적 ‘카틴 숲’이 조성되었다. 이는 50년 이상 은폐되었던 진실을 암시한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면 20m 길이의 검은 콘크리트 통로, ‘Death Tunnel’을 지나게 된다. 이 어두운 통로는 ‘Alley of the Missing Ones’로 이어지는데, 빈 받침대 위에 새겨진 직업명만이 희생자들을 대신한다. '경찰, 의사, 변호사, 건축가'처럼 이름 대신 남겨진 직업은 부재의 무게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착색 콘크리트는 이 프로젝트에서 단순한 구조 재료가 아니다. 희생자들의 편지 조각과 개인 소지품의 흔적이 콘크리트 표면에 각인되어, 건물 외부까지 전시의 서사를 확장한다. 12m 높이의 벽 사이로 형성된 틈은 아래로는 희생자 명판을 향하고, 위로는 하늘과 빛을 향한다. 숲 속에 놓인 오크 십자가는 이 긴 서사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한다.

 

이 프로젝트는 과장된 제스처 대신 절제된 건축 언어로 기억을 다룬다. 기존 요새 건축을 존중하면서도, 재료와 동선, 빛과 어둠을 통해 집단적 상처를 공간 경험으로 전환한다. 이곳에서 건축은 형태가 아니라, 기억을 매개하는 장치가 된다.

 

 

 

드로잉
단면 모형

 

 

 

건축가 비비지케이 아르히텍치 (BBGK Architekci)
대표건축가 Jan Belina-Brzozowski, Konrad Grabowiecki
위치 폴란드, 바르샤바
용도 박물관, 추모시설
준공 2025
사진 BBGK_Juliusz Sokolo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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