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formity and intervention”- CUN Design Studio
최근 기업 오피스 공간에 요구되는 디자인 조건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춘 디자인(CUN寸DESIGN)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대표 건축가 최수(Cui Shu)가 총괄한 이번 설계는 기존 춘 디자인이 고수해 온 미학적 스타일을 과감히 탈피했다. 현대 건축 디자인의 사유 영역 안에서 '순응'과 '개입'이라는 이분법적 변증법은 공간의 본질을 해체하고 새로운 혁신의 차원을 이끌어내는 핵심 명제다. 시간의 흔적이 깊게 새겨진 이 터전 위에, 미래로 연결되는 영성적 공간이 들어섰다.
새 사옥은 베이징 '491 스페이스'에 자리 잡았다. 옛 베이징 491 라디오 방송국 부지를 기반으로 삼아, 산업 유산 공간의 재생 뒤에 숨겨진 철학적 논리를 탐구한 프로젝트다. 단지 내에는 기존 491 라디오 방송국의 기본적인 건축 배치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신중국 시절 정보 전파의 핵심 허브였던 이 건물은 건국 선언의 뜨거운 전파를 송출했고, 지진 구호 활동을 위한 긴급 통신을 지원하기도 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소리는 텅 빈 공간에서 메아리치고, 진동하는 먼지는 역사 속 철근 위에 내려앉는다. 습도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이끼의 질감은 공간의 서사를 완성하며, 현대 금속의 반사광은 오래된 역사적 결(紋理)과 마주한다.
건물이 지닌 독특하고 높은 층고는 창의적인 오피스 구역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디자인은 "역사적 맥락에 순응하고, 현대적 언어로 개입한다"는 핵심 전략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기존 건축 구조가 가진 거친 특성을 있는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적인 기술을 접목해 공간의 기억을 깨웠다.
최수는 복원 과정에서 도입된 새로운 자재와 개념들의 충돌을 통해 시간의 차원을 교차시키며, 공간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영성적 매개체로 완성했다.
공간 구조는 정교하게 짜여 있다.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레이아웃을 채택하고 경계 없는(borderless) 디자인을 적용해 전통적인 기능별 구획을 허물었다. 대신 가구 배치와 바닥 자재의 변화만으로 사람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현대 오피스의 다양한 소통 시나리오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과감하게 노출된 기존 구조는 거친 질감을 유지하며, 인위적인 부식 처리를 통해 시간의 흔적을 재현한 금속 선들과 조화를 이룬다. 얼룩진 시멘트 벽은 시간을 기록하는 바탕이 되고, 에이징된 금속 장식 선들은 산업 문명의 윤곽을 그려낸다.
중정(아트리움) 디자인은 '빛이 만드는 시공간적 서사'에 집중했다. 중정 천창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광을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였다. 천창의 형태를 분할하여 자연광이 바닥에 역동적인 기하학적 빛과 그림자 패턴을 그리도록 유도하고, 자연의 빛을 생동감 있는 시각적 서사로 바꿨다.
인공 조명 시스템은 위계적이고 차별화된 전략을 취했다. 촛불 장치의 불꽃이 가진 역동성은 유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되었으며, 이는 매입된 매끄러운 쿨톤(cold) 광원과 뚜렷한 색온도 대비를 이룬다. 전자 조명 장치들은 시선에서 숨겼다. 이 장치들을 유리 자재로 감싸 '빛의 용기'를 형성함으로써 빛이 투사되는 범위를 제어한다. 의도적으로 남겨둔 음영 지역은 동양 철학의 비움의 미학을 투영한다.
또한 유리 커튼월과 수작업으로 제작된 담토벽(rammed earth wall)을 나란히 배치해 공간적 긴장감을 구축했다. 유리 커튼월이 자연광을 안으로 들인다면, 담토벽은 거친 질감과 열적 관성을 통해 사유롭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금속 프레임은 두 자재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며 시각적 균형과 열적 성능의 공존을 이뤄낸다.
노출된 철골 트러스 구조와 과거 목구조의 잔해는 구조 계산을 통해 역학적 조화를 이룬다. 금속의 차가움과 나무의 따스함은 표면 처리를 통해 촉각적 대비를 더하며, 이질적인 자재들이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돕는다.
'개방적 협업'을 핵심 가치로 삼아 모듈러 레이아웃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동식 파티션과 인체공학적 워크벤치는 유연한 공간 시나리오 전환을 지원한다. 레트로한 수납장과 수치 제어(NC) 캐비닛의 병치는 전통 장인 정신과 디지털 기술의 공생을 보여준다.
천창의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건물 파사드에 설치된 부식강판(외장용 녹슨 철판)의 그림자를 중첩시켜, 계절에 따른 태양 고도각의 변화가 바닥 위 빛과 그림자의 형태적 변화로 직접 투영되도록 했다. 이러한 자연채광 디자인은 자연의 리듬을 눈으로 인지할 수 있게 만들며, 창의성을 자극하는 복합적인 영역을 구축한다.
이 프로젝트는 영원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시간이 공간에 부여하는 성장 잠재력을 포용한다. 구리 표면의 녹(patina)은 우기를 지나며 천천히 퍼져나가고, 이끼는 습도에 따라 형태를 바꾸며 공간이 사용된 흔적을 기록한다.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들이 모여 건축물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구성한다.
아침 햇살이 마름모꼴 천창을 통과해 바닥 위에 새로운 빛의 시를 써 내려갈 때, 그리고 방문객들의 발자국이 잠들어 있던 청각적 기억을 깨울 때, 이 공간은 '순응과 개입'에 대한 궁극적인 해석을 완성한다.
재생된 녹색은 새로운 질감을 보여준다. 마모된 모서리들은 수치 제어로 정밀하게 조각된 선들과 내밀한 대화를 나눈다. 전통 장인 정신과 디지털 시대의 충돌은 어느 하나가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업하는 과정이다. 부식강판은 산화 흔적을 통해 계절의 흐름을 기록하며 시간의 정직함을 보여준다. 시간의 궤적과 철근이 드리우는 빛의 점들은 동일한 바닥을 공유하고, 그곳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자재는 이제 침묵하는 배경이 아니라 스스로 이야기를 건네는 서사자가 된다.
가장 좋은 디자인은 현대의 맥락 속에서 역사가 자연스럽게 호흡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건축가 춘디자인(CUN Design)
위치 중국, 베이징
용도 업무공간(CUN Design 스튜디오)
건축면적 600 ㎡
설계기간 2023. 06. 08
준공 2023. 11. 01
대표건축가 Cui Shu
사진작가 Eason 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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